"대구가 나아갈 길은 두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대구와 경북을 통합, 대한민국 동남권의 센터 역할을 하는 것이고,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대구는 독자적인 시티, 매력적인 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지난 3일 저녁 대구 수성구 그랜드호텔. '초월회' 주최로 열린 정기 월례회에 강연자로 나온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대구의 발전방안 등에 대한 진솔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 행사에서는 한때 대한민국 '뉴스 메이커'의 한사람이던 유 전 장관의 근황과 더불어 초월회란 모임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강연 요청을 받고 흔쾌하게 응했다는 유 전 장관은 자신의 처지를 '귀양간 것'이라고 표현했다. "5년 이상 같은 일을 해본 적이 없어요. 국회의원도 딱 5년2개월을 했습니다. 요즘엔 정치를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지식인인지 아닌지 스스로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지요." 경북대 강의를 위해 1주일에 이틀가량 대구에 머무른다는 유 전 장관은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출판사 사무실에서 여러가지 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책을 쓰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공적인 책임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요즘 고민하는 문제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문제입니다. '내가 왜 사나'와 같은 것이지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인 그는 "50이란 연령은 인생의 반환점을 돈 것"이라며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새삼 고민해보고 사회, 정치 문제에 대해서도 책도 많이 보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일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되돌아보면 합리적 대화나 이성은 통용되지 않은, 반지성주의의 광풍(狂風)이 불었다고 봅니다." 유 전 장관은 또 "모든 것을 대통령의 탓으로 돌리는 풍조에 문제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그 대통령이 딛고 선 정치세력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이나 표준화된 노동력이 그 도시의 경쟁력이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특화된 기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집중되느냐에 그 도시의 명운이 걸려 있어요. 대구 경우 자체적인 성장동력은 아무리 뜯어봐도 없어요. 대구가 자활능력을 갖고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엔진을 갖추려면 무엇이 특화된 기능을 갖고 있는 사람을 불러 모으는가를 따져보고, 거기에 돈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합니다."
유 전 장관의 이야기가 마무리된 후 초월회 회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때문인지 대구시가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비롯 '독설가 유시민', 앞으로의 인생 계획, 지역 발전방안 등에 대한 물음이 쏟아졌다. 이에 유 전 장관은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에서 임상과 의료장비 등 그 기능을 분산시키지 말고 한곳에 집중시켜야 한다"며 "정치인들이 치열하게 논리로 싸우는 것은 그 긍정적 효과도 많다"고 말을 맺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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