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은 누굴까? 숙명처럼 인내하고 기다리는 사람, 그리고 늘 선수들의 등을 두드려 주지만 정작 무거운 자신의 등을 두드려 주는 이는 없는 사람, 바로 코치다.
영어 단어 '코치(COACH)'는 네바퀴 달린 역마차를 일컫는 말이었으나 무엇을 끌어가거나 인도한다는 의미에서 가정교사나 지도자란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 말뜻처럼 평생 짐이 달린 운명인 것이니 은퇴 전에는 결코 홀가분할 리 없는 것이다.
일구무이(一球無二)의 야구에서는 미래를 알지 못하는 한 분명한 것은 없다. 언제 어떤 변수에서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대비하는 것이 바로 코치의 임무인 것이다.
혹자는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감독(헤드 코치)에 비해 전문 분야별 코치는 한결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책임을 느끼는 코치의 입장에서는 24시간 관찰해야 하며 연구해야 한다. 따라서 야구 코치에게는 확실한 이론과 열성이 필요한 것이며 부단히 정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지시만 하는 것이 편한 지도 방법이지만 유능한 코치는 선수가 원리를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기본과 본질을 이해하지 않으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 야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마른 이가 샘을 파듯 진정한 코치는 선수가 비로소 배울 마음의 준비가 된 때를 기다린다. 서로 생각이 다르면 아무리 조언을 해 봐도 건성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입단한 1992년부터 이듬해까지 삼성의 1번 타자로 3할의 타격 능력과 준족을 가졌던 동봉철은 1994년 시즌 초반 갑자기 장타에 대한 욕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애써 볼을 고르고 단타로 기회를 만드는 역할보다 한방으로 결정하는 해결사의 역할이 높은 연봉과 함께 더 각광을 받는 현실에 마음이 바뀌었던 것이었다.
변화의 조짐이 보이자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이왕 마음먹고 시작한 도전이었고 또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번 커져버린 스윙은 영원히 예전의 정교한 타격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2년 뒤 그는 트레이드되었다. 코칭스태프와 교감이 좀 더 되었더라면 그의 능력은 더욱 꽃피웠을지도 모른다.
코치는 형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하고 선수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장점을 부각해 끊임없는 칭찬으로 용기를 갖게 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게도 해야 하는 것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을 위해 더 많은 열정과 시간을 소비하지만 정작 노력에 비해 드러나는 것은 별로 없다. 애써 준비한 대비책도 흔적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이어서 알아주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러나 코치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완성된 플레이를 인내하며 기다린다. 명예의 전당에 올랐던 알 캄파니스가 LA 다저스의 사장 시절 코칭스태프의 쉼없는 야구공부를 강조하며 말했다. "야구는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무궁무진하다." 야구 코치는 외로울 틈이 없는 존재인 것이다.
야구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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