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도시철도 3호선, 동대구로 흉물 될라

도시계획위, 본선·정거장 심의 조건부 가결

▲ 동대구로에 들어설 도시철도 3호선 정거장 조감도. 도로 양쪽으로 육교형 연결통로를 만드는 형태로 설계됐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제공
▲ 동대구로에 들어설 도시철도 3호선 정거장 조감도. 도로 양쪽으로 육교형 연결통로를 만드는 형태로 설계됐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제공

"이렇게 만들면 안되는데…."

지상으로 건설되는 대구도시철도 3호선(내년 6월 착공 2014년 완공, 북구 동호동~수성구 범물동 23.95km) 설계가 동대구로 정거장 연결통로의 경관, 좁은 보도 폭 등에서 큰 문제를 드러내 공사 시작 전에 충분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대구시 도시계획위원회는 도시철도 3호선 본선과 정거장 관련 계획을 심의하면서 동대구로 정거장 경관 문제와 보도 폭 확보를 위한 차도 폭 등에 대해 경관자문위원회의 자문을 받으라는 조건으로 가결했다.

◆도심 흉물 되나?=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는 동대구로 두산오거리~궁전맨션삼거리 구간에 들어서는 4개의 정거장을 범어천 서쪽으로 설치하고 연결통로를 육교형으로 만들어 도로 양쪽에서 바로 오르내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건설본부 측은 범어천 서쪽에만 연결통로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정거장에 들어오는 전동차를 보고 무단횡단하거나 급하게 달려오는 등 위험이 예상되고 차량 통과 처리도 어려워 육교형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70m 도로를 지상 6m 이상의 높이로 횡단하는 대형 구조물이 들어설 경우 대구의 관문도로라고 할 수 있는 동대구로 경관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도시 분야 한 전문가는 "범어천 일부를 복개하고 도로와 맞물리게 교통섬을 만들면 얼마든지 정거장과 연결할 수 있는데 자동차 통행과 도로 횡단 위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방향착오"라며 "자칫하면 도저히 손댈 수 없는 거대한 흉물이 될 수도 있으므로 경관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진단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보행자에 대한 배려 없어=계단,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의 승강시설이 모두 지상으로 건설되는 데 따라 보도 폭이 좁아지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3호선 통과 구간의 보도 폭이 보통 4m에 이르지만 승강시설 설치에 따라 보도 폭이 2m 이하까지 좁아지는 곳이 상당수 나온다. 특히 계대네거리~달성네거리 구간(2천280m)은 도로 폭을 25m에서 30m로 확장하면서 자동차가 다니는 길만 6차로로 넓힐 뿐 충분한 보도 폭 확보나 자전거도로 설치 등을 검토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정거장이 도로 양쪽으로 승강시설을 만들면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를 각각 하나씩 설치해 이용이 불편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게다가 지하철 1, 2호선과 환승하는 명덕네거리와 신남네거리 정거장의 경우 엘리베이터와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있지만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없어 이용객이 많은 시간대에는 지상에서 지하까지 7, 8층 높이(길이 100여m)를 걸어서 내려가야 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앞으로 경관위원회의 자문을 거칠 예정이고 공사업체가 더 나은 설계를 제시하는 대안입찰로 공사를 발주하기 때문에 제기되는 문제점은 충분히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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