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이야기] 천태만상 중국입시

날씨 추워지는 것을 보니 입시철이다. 사람의 마음 졸임이 하늘에 닿아 날씨도 움츠리는 모양이다. 덕분에 몸살 난 팔공산의 염불소리가 애처롭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만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카던데… 똑~똑~똑~…." 산자락부터 꼭대기까지 이어진 행렬, 밤낮 구별이 없다. 수험생을 둔 부모들 입장에서는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니다. 이미 할 만한 처방은 다했다. 짝 달라붙게 해달라고 엿, 잘 찍어보라고 포크. 막 걸리라고 막걸리, 문제 술술 잘 풀라고 두루마리 휴지까지 처방했다. 이제 남은 것은 논술, 면접, 눈치작전,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하는 아이를 위해 공력을 보태는 것이다. 그래서 영험하다는 팔공산을 잘근잘근 밟아 오르는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587년 수나라 문제(文帝)가 처음으로 과거시험을 실시한 후 1905년 청나라 광서제(光緖帝)에 와서 폐지될 때까지, 그리고 다시 지금의 대입제도에 이르기까지 얽힌 사연들은 필설로 다할 수 없다. 최근의 중국 입시세태 몇 장면을 들추어 보자.

올해 중앙민족대학 디자인학과에 응시했던 천멍(陳夢)은 포토샵으로 고친 사진 때문에 시험을 망쳤다. 지난해 같은 학과에 지원을 했다가 낙방을 한 천멍, 일년 간의 재수를 마치고 올해 다시 지원을 했다. 고사 당일, 시험이 막 시작되려는 무렵에 감독관이 천멍을 찾았다. 얼떨결에 따라간 천멍은 대리시험이라는 혐의를 받았다. "본인 사진이 맞느냐?"로 시작된 취조가 2시간 동안이나 진행되고 난 후 천멍은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러나 천멍이 고사장에 돌아왔을 때는 첫 시간이 5분도 채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천멍은 머리카락 하나 없는 초상화를 대충 그려낼 수밖에 없었다. 사연은 이러했다. 원서에 붙일 사진을 찍었는데 얼굴색이 너무 좋지 않다고 판단한 사진사가 머리카락색깔과 얼굴모양을 약간 수정했다. 그 사진으로 천멍은 원서를 내고, 학교확인인장을 받고, 고사실에 입실했다. 그런데 문제는 원서를 훑어보던 미술학원당서기가 천멍의 사진이 수정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규정위반'에 대한 조치가 취해지고, 대리시험의 혐의가 씌워졌다. 천멍은 소환되었고, 결국 증명사진 수정이라는 사소한 실수로 인해 내년 시험에 다시 도전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그래도 천멍은 사진을 고친 자기 잘못이 있기 때문에 덜 억울하다. 후베이에서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입시사기사건이 일어났다. 후베이(湖北)공업대학 내에 위치한 원서접수처. 원서를 접수하는 학생, 합격증을 받고 학비를 내는 학생들이 줄을 서 있다. 접수비는 600위안, 합격통지서를 받은 학생들은 학비 6000위안을 납부하고 있었다. 그때 일단의 기자들이 들이닥쳐 학생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시도했다. 순간 등록처에 있던 행정요원들이 학생들이 가지고 있던 합격증을 낚아채고는 남은 학생들을 차량에 태우고 사라졌다. 사연은 이러하다. 입학수속을 마친 한 학생이 문의사항이 있어 학교에 전화를 했는데 입학자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문의한 결과 학교 측은 해당학생이 원서를 낸 사실조차 없다고 했다. 즉시 신문사에 제보를 했고, 기자들이 출동했다. 조사결과, 학생들이 돈을 내고 받은 서류에는 '허베이공업대학중산분교'라는 인장이 찍혀 있었다. 물론 허베이공업대학에는 중산분교가 없었고, 학교가 해당학생들에게 입학안내서를 보낸 사실도 없었다. 입시에 목 메인 학생들을 노린 사기범들의 농간에 당한 것이다. 사기단은 성적이 어중간한 학생들을 골라 합격보장을 약속하는 입학안내서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학교 내에 불법접수창구를 개설한 후 돈을 수금해서 사라진 것이다.

입시를 사업화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 예술대학에 부착된 광고지다. '전체 5개월 과정에 3만 위안을 납부하면 국내 8대 미술대학에 입학시켜준다. 만약 입학하지 못하면 50%를 환불해주거나 무료로 재교육을 시켜준다.' 경쟁이 사회의 중심가치가 된 후 나타나는 중국입시의 모습,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이에 대해 일단의 전문가들은 현행 중국입시제도가 가진 본질적인 문제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향후 중국의 입시는 '점수공평'의 개념에서 '소질공평'의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베이징대학의 경우 내년 입시부터 고등학교추천서위주, 자기추천서위주라는 원칙 하에 종합소질이 우수하고, 특기와 장기를 가지고 있거나 품행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추할 일이다. 우리도 시험 한번에 전 학생들을 서열화시키는 현행제도에서 아이들을 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