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영화를 보자] 폰 부스

KBS 1TV 17일 오전 1시 15분

'얼굴 없는 스나이퍼(저격수).'

2002년 10월 미국 메릴랜드 주는 공포의 도가니였다. 사람들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거나 잔디를 깎는 등 일상생활을 하다가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알 수 없는 총탄에 쓰러졌다. 백인 남자와 여자, 인도계 택시운전사, 히스패닉계 여성, 심지어 흑인 소년까지 인종과 연령, 성별도 무시된 채 범인에 의해 무작위로 선정된 불특정 시민들이 피해자가 되었다. 모두 13명의 사망자를 내며 미국 전역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이해 11월 15일 개봉 예정인 영화가 한 편 있었다. 그러나 '얼굴 없는 스나이퍼' 사건과 너무나 흡사해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가 이듬해 4월에야 빛을 보았다. 바로 조엘 슈마허 감독의 '폰 부스'다.

17일 오전 1시 5분 KBS1TV 명화극장에서 방영되는 '폰 부스'는 공중전화 박스에 갇힌 한 남자와 그를 노리는 저격수 사이의 심리 대결을 그린 콜린 파렐 주연의 스릴러물이다.

뉴욕 거리. 미디어 컨설턴트인 스튜 세퍼드(콜린 파렐 분)는 어느 날 공중전화 박스에서 통화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방금 끊었던 전화기에서 벨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무심코 수화기를 드는데, 그 순간 수화기로부터 '전화를 끊으면 너를 죽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에는 장난이라 생각했지만 실제 전화박스 주위에 있던 남자가 저격수의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보고서 공포에 질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전화를 끊지도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는 스튜를 살인자로 간주, 일제히 총을 겨눈다.

대치 상황이 길어져 저녁이 되면서 스튜는 자기 자신만이 현재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닫고 저격수와의 심리 게임에 나선다.

요즘은 전화기 없이 살 수 없는 시대다. 뉴욕시에는 약 800만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근방의 교외까지 합치면 전체적으로 1천200만명이나 된다. 뉴욕에는 대략 1천만대의 전화기가 서로 연결돼 있다. 300만의 뉴욕시민들이 핸드폰 사용자들이지만, 대략 450만의 주민들과 200만의 방문객들은 여전히 공중전화를 유용하게 쓰고 있다.

타깃과 저격수가 팽팽한 대결을 펼치는 '폰 부스'는 공중전화 박스를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비록 스토리는 흥미롭지만, 공중전화 박스라는 단조롭고 한정된 공간에서 스릴을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작품이다.

그럼에도 '폰 부스'는 정교한 플롯으로 시종 긴장감 넘치게 풀어낸다. 배경이 단조롭다 싶으면 화면을 분할하고, 또 저격수의 목소리와 함께 주변 건물을 훑어내면서 이를 극복해낸다.

당초 주인공에 멜 깁슨, 짐 캐리, 윌 스미스 등이 관심을 나타냈으나, 러닝타임 내내 카메라의 시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껴 포기했고, 결국 무명의 콜린 파렐에게 주연이 돌아갔다. 덕분에 톱스타 1명의 개런티에도 미치지 못하는 1천300만달러의 제작비로 영화가 완성됐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