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 이상으로 바꿀 움직임이다. 2006년 제정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300인 이상 사업장들은 내년 7월이면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면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회사가 필요할 경우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없다며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대신 解雇(해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05개 기업에 대해 정규직 전환 의사를 물었더니 응답 업체의 44.3%는 '단 1명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을 오히려 퇴출시키고 있는 셈이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1년 사이 비정규직 근로자가 갈 수 있는 일자리는 13만 개나 감소했다. 비정규직 수도 올 8월 말 현재 544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16만6천여 명 줄어들었다. 대신 1년 미만 근로자와 시간제(주 36시간 미만) 근로자, 용역근로자는 7만5천 명이나 늘어났다. 비정규직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국發(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면서 내년 경기는 더 나빠지고 실업률이 더욱 높아 질 것이라는 예측이 잇달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 사태로 내몰아 서민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게 된다. 정부가 경제 위기에 실직보다는 비정규직이라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의무전환 기간을 연장하려는 이유다.
그러나 노동계는 반발한다. 당초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것은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기간이 연장되면 법 취지가 褪色(퇴색)한다는 주장이다. 또 기간이 연장되면 기업들이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게 돼 결국은 비정규직만 더욱 양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정 당시부터 논란을 벌였던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 2년이 다 되도록 모두가 만족하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탓이다. 우선은 비정규직의 사용기한 연장을 통해 대량 해고부터 막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함께 제도 자체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 勞使政(노사정)의 합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정규직의 讓步(양보)와 협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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