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금융위기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최근 은행권 간부들의 연봉 삭감을 추진했다. 금융감독원 반영희(49) 금융지주서비스국 부국장은 그 실무를 맡고 있다. 그가 담당한 금융지주그룹은 신한이다. 그런데 신한쪽 협상파트너는 김형진 부행장으로 반 부국장과 경북고 동기이자 30년 지기이다.
반 부국장은 "내 손으로 친구 연봉을 깎아내려니 제수씨에게 미안하다"며 "친구(김 부행장)는 물론이고 신한금융그룹에 몸담고 있는 동향 선배들을 당분간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아 마음이 더욱 무겁다"고 말했다. 개인적 친분과 인연이 얽혀있지만 결국 반 부국장은 신한금융그룹 간부들의 스톡옵션·활동비·연봉 30% 삭감안에 싸인을 받아냈다. 멸사봉공(滅私奉公)한 셈이다.
한국은행에 입사해 은행감독국, 금융감독위원회, 금감원 파리 주재실장 등을 지낸 반 부국장은 감독원 내 국제금융 전문가로 꼽힌다. 미국 캘리포니 UC어바인(Irvine) MBA 졸업 경력에다 주로 해외경제 조사 및 국제금융기구 파트에서 근무를 해왔기 때문이다.
30여년 금융권 생활에서 가장 보람있었던 때는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이었다고 한다. 올림픽에 앞서 경제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IMF(국제통화기금)-IBRD(국제부흥개발은행) 연차총회를 사상 처음으로 서울에 유치했는데 반 부국장은 실무작업을 맡았다.
총회를 계기로 한국뿐 아니라 한국의 통화인 원화까지 위상이 높아졌다. 그는 "원화의 자금이동 규제가 완전자유화돼 원화가 선진국 통화와 같은 반열에 오름으로써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의 전제조건을 달성하고, 외환거래 자유화를 통해 우리 경제를 선진화하는데 일조한 데서 가슴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1980년 영남대 상경대 학생회장이었던 그는 시위를 주동하기도 했다. 청도 출신인 그는 경산캠퍼스에서 대구까지 행진하면서 시국토론을 하고 길거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최루탄 연기에 눈물깨나 흘렸으며, 교내 잔디밭에서 밤새 막걸리를 마시며 민주화를 부르짖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에서 근래 수년간 동향 후배들을 만나보기가 어려워 많이 섭섭하다는 반 부국장은 "영남대는 항상 도움만 받았던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성공하면 반드시 대학에 도움이 되는 길을 모색해 보려고 한다"며 "동향 후배들이 한국 금융계에 많이 진출해 우리나라가 금융부국이 되는데 큰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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