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구안와사'

찬바람 노출 조심…발병땐 바로 치료 받아야

"세수할 때 눈에 물이 들어간다. 잠 잘 때 눈이 감기지 않아 숙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눈물이 마르고 눈이 따가운 등의 증상이 있는 안구 건조증에 잘 걸린다. 또 음식을 먹을 땐 음식물, 양치질할 때는 물이 흘러내린다. 얼굴 근육이 마비돼 비뚤어지고 일그러져 표정을 지을 수도 없고 심리적 불안감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미각세포도 마비돼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마비된 쪽 귀에서 날카로운 소리도 울린다."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조심해야 할 질환이 있다. 바로 '구안와사'다. 와사풍,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등으로도 불리는 구안와사는 갑자기 눈과 입이 돌아가는 질환이다. 손자가 찬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잠을 자려하면 할머니가 '입 돌아간다'며 야단치는 것도 구안와사 때문이다. 무서운 것은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할 것 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구안와사,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구안와사란

한방에선 구안와사를 정신·육체적으로 과로한 상태에서 급격한 온도차나 심한 감정의 동요로 얼굴 경락의 기혈이 원활하게 소통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으로 보고 있다. 주로 피곤한 상태에서 날씨가 춥거나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 때 갑자기 찬 기운에 노출될 때 많이 발생한다. 또 정신적으로 심한 충격을 받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스트레스성으로 생기는 경우도 적잖다. 각종 사고나 바이러스 또는 염증으로 신경이 손상돼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찬바람을 쐬거나 찬 곳에서 잠을 잔다고 해서 모두 구안와사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몸과 마음이 약해진 상태에서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양방에선 뇌에서 갈라져 얼굴 근육으로 연결되는 신경에 이상이 생긴 경우 구안와사, 즉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증상을 보이나

얼굴 표정 근육이 마비돼 한쪽 눈이 잘 감겨지지 않고 입이 삐뚤어지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 귀 뒷쪽 부위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주로 한쪽 표정근이 마비되고 이마에 주름이 생기지 않는 게 특징이다. 또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고 식사나 양치질 할 때 음식과 물이 흘러내리며 발음도 정확히 되지 않는다. 미각 장애나 청각 과민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갑작스런 의식 장애가 생기며 이마에 주름이 잡히는 중풍과는 다르다. 또 구안와사는 노년층뿐 아니라 소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어떻게 치료하나

구안와사는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초기에 신속하게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적극적으로 치료할 경우 후유증을 최소화하거나 완치할 수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보통 4~6주 정도 내 치료된다. 먼저 마비되고 삐뚤어진 근육을 바로 잡은 뒤 면역력을 보강해주는 치료를 한다. 구안와사 치료에는 침이나 뜸, 약물, 물리 치료 등이 사용된다. 또 찬바람을 피하고 마스크 등으로 증상 부위를 따뜻하게 보호하며 과로하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통해 체력도 키워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민간요법도 도움이 되나

고약 등 약을 얼굴이나 손목에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구안와사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피부에 손상을 주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또 찬 기운 때문에 마비가 왔다고 생각, 뜨거운 물을 이용한 수건 찜질도 많이 하는데 이 경우 근육이 더 풀어져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보통 삐었을 경우 근육이 수축, 긴장되기 때문에 온찜질을 하면 도움이 되지만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근육이 수축된 상태가 아니라 풀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온찜질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안와사의 경우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경과가 좋기 때문에 민간요법 등으로 지체하지 말고 신속하게 치료하는 것이 좋다.

◆환자가 직접할 수 있는 관리 및 예방 방법은

'콜드크림'으로 마사지 하듯 손으로 얼굴을 마사지하는 경혈자극요법이 효과가 있고, 껌을 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잠 잘 때 눈이 잘 감겨지지 않아 안구 건조, 충혈, 심하면 염증까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안대를 착용하는 게 좋다. 구안와사를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날씨가 추울 땐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하고, 세수하듯 손으로 얼굴을 여러번 마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회복이 안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으로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우울감이나 실의에 빠질 수 있는 만큼 거울을 보지 않는 등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술과 과식, 기름진 음식 등도 피하는 게 좋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한상원 한상원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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