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전해들은 이야기다. 해당 분야의 수술로 무척 유명해 온갖 신문과 방송에 단골로 등장하는 의사가 있었다. 본인의 자화자찬도 한몫해 명의의 대명사이자 온 나라와 병원의 간판처럼 되었다고 한다. 다만 수술의 결과를 잘 아는 주위의 의사들만 그 사실을 시큰둥하게 받아들였는데, 다른 직업이나 다른 분야의 의사들 중에는 그것을 시샘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던 중 그 병원의 원장이 그 수술을 받게 되자 주위의 의사들이 즉각 모두 나서서 말렸고, 원장도 자신의 생명이 걸린지라 결국 다른 사람에게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철천지원수처럼 지내던 두 명의 외과의사가 있었다. 사실은 두 사람 모두가 매우 유능했지만 서로의 생각과 스타일이 너무 달랐다. 그래서 항상 서로 돌팔이라고 비방하던 중에 한 사람이 하필이면 상대방 분야의 병에 걸렸다. 일이 그렇게 되자 병에 걸린 의사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원수처럼 지내던 상대방 의사에게 자신의 수술을 부탁했다. 수술을 부탁받은 의사는 최선을 다해 수술을 했는데, 다만 수술 전에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을 칼로 찌를 기회를 줘서 너무 고맙다."
신고 있던 구두에 문제가 생겨도 어느 집이 수선을 잘하는지 여기저기 수소문을 한다. 하물며 내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야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십여 년 전에 이미 일본에서는 유명한 의사와 병원을 찾아 진료예약까지 해 주는 대행업도 있었다. 그러나 유명한 의사나 병원이 반드시 좋지만은 않았는지 그 사업이 성공하였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요즘은 인터넷이 워낙 발달한 탓에 병명만 치면 환자 모임, 경험담, 광고성 정보 등등 온갖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쏟아져 나온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읽어 보면 턱도 없는 이야기들도 많아 쓴웃음을 짓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의사를 찾을까? 해답은 '의사들이 찾는 의사'다. 의사가 '추천'하는 의사와 의사 자신이 '찾는' 의사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앞의 두 번째 이야기에 이미 교훈으로 나와 있다. 나를 교수직으로 불러주신 스승이자 선배 교수께서 내가 근무를 시작할 때 이런 제안을 하셨다. "우리는 서로에게 수술해 줄 수 있는 의사가 되자." 그 말씀은 나에게 그 후로도 엄청난 부담이 되었고 지금도 가슴에 깊이 품고 있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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