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시림과 손저림, 혈액순환 문제일까, 아님 신경 압박 때문일까?"
손저림과 손시림 증상을 헷갈려 하다 잘못된 치료 등으로 시간을 끄는 바람에 치료 시기를 놓쳐 심각한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적잖다. 손저림과 손시림은 원인과 치료가 전혀 다른 질환인 만큼 정확한 진단을 통한 원인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겨울철엔 혈류 문제로 손시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시림과 저림 구분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흔히들 손저림에도 혈액순환 개선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자가 진단에 따른 적합하지 않은 방법이다. 손저림의 경우 신경 압박이 원인이기 때문에 혈액순환 개선제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혈관이 막혀 손시림 증상이 나타났다 하더라도 이미 많이 진행된 아주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시림과 손저림, 어떻게 구분할까.
◆손저림이란
손저림은 목에서 손으로 내려오는 세 개의 큰 신경이 팔꿈치나 손목 등 중간에서 압박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가장 흔한 것이 손가락과 손목 힘줄을 싸고 있는 막이 붓거나 딱딱한 수평 인대 압박으로 정중신경이 눌려 나타나는 '수근관 증후군'이다. 초기에는 엄지손가락과 두·세번째, 그리고 네번째 손가락 반이 가끔 감각이 이상하거나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더 심해지면 손저림이 오래 지속되고 자다가도 깨 손을 털거나 눌러줘야 할 정도가 된다. 방치할 경우 운동을 담당하는 신경까지 압박하게 돼 근육이 약해지면서 피부 부피가 줄고, 손가락 및 손아귀 힘도 약해져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는 등 평소 일상적인 손동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경우 조심해야
주부들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걸레 짜기, 설거지, 손빨래 등 손목을 심하게 사용하는 경우 손저림 증상이 가장 많이 나타난다. 진동이 심한 일을 하거나 컴퓨터 작업 등 손목 관절을 고정한 채 오랫동안 일하는 경우, 손목을 굽힌 채로 반복적으로 일할 때도 흔히 발생한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붓기가 손목에도 나타나기 때문에 손저림 증상이 생길 수 있고, 당뇨병 환자는 손목 주위에 약간의 붓기만 있어도 손저림 현상이 더 흔히, 심하게 나타난다. 콩팥이 좋지 않은 환자나 혈액 투석 환자에게서도 흔한 만큼 조심해야 한다.
◆어떻게 진단, 치료하나
자가 진단 방법으로, 손목을 팔 안쪽으로 굽힌 상태에서 손목 중앙을 1분 정도 눌러 손저림이 더 심해지면 수근관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 엄지 손가락과 연결된 손바닥 불룩한 부분의 근육이 편평해지고 엄지와 두번째 손가락으로 집는 힘이 약해지면 신경 압박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보면 된다. 신경전도 및 근전도 검사로 거의 확진할 수 있고, 초음파 및 MRI도 도움이 된다. 손저림 증상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초기 증상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신경이 압박되는 자세를 피하거나 손목이나 팔꿈치를 펴주는 부목을 사용하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소염진통제 등을 복용하거나 주사하는 것도 간단한 치료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손저림이 낮에는 물론 밤에도 자다가 깰 정도로 심한 경우나 엄지 부분 손바닥 근육이 함몰됐을 때는 이미 신경 압박 말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경 압박 구조물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는 게 좋다.
◆손시림이란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 손시림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인체 반응이지만 손끝이 하얗게 또는 검푸르게 변하는 증상이 함께 나타날 땐 병적인 손시림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밤잠을 설칠 정도의 통증이 동반되고 심하면 손끝이 썩게 되는데 이를 '레이노드 증후군'이라고 한다. 혈류량이 풍부한 손가락 끝 부분에 혈액 순환이 되지 않을 경우 산소 부족으로 손시림, 색깔 변화, 통증, 심지어 조직 괴사까지 발생하는 것. 예전에 손이나 손가락을 심하게 다쳤거나 루푸스(피부, 관절, 혈액, 신장 등 각 기관과 조직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 면역 질환) 등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나지만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적잖다. 레이노드 증후군을 유발시키는 가장 무서운 원인 중 하나는 바로 혈관이 수축하거나 좁아져 완전히 막히는 병인 폐쇄적 혈전 혈관염, 즉 '버거씨병'이다.
◆이런 경우 조심해야
레이노드 증후군의 경우 겨울철에 더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주로 30대, 또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데, 처음에는 손가락 하나 또는 두 개의 끝 부분에서 나타나다 점차 손가락 전체로 증상이 확대된다. 손시림의 주요 원인인 버거씨병의 경우 담배를 피우는 40대 남자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만큼 특히 조심해야 한다. 담배의 경우 이산화탄소가 혈관의 내피 세포에 직접 독성으로 작용하거나 니코틴이 혈관을 수축하게 해 혈관 내 산소 부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때문에 동맥경화증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버거씨병 가족력이 있는 경우 추울 때 손시림, 즉 레이노드 증후군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진단, 치료하나
평소 증상 관찰, 생활 습관 등으로 자가 진단할 수 있지만 가장 정확한 것은 혈관 촬영술로 진단하는 방법이다. 치료를 위해선 일상 생활에서 손과 발뿐 아니라 온몸을 추위로부터 보호, 따뜻하게 해야 한다. 또 과도하거나 진동이 심한 운동을 피해야 하고 무엇보다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담배를 끊는 게 중요하다. 담배의 경우 끊기만 해도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지만 하루 1, 2개비라도 피우면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치료를 위해 혈관 수축을 막거나 혈관을 확장시키는 약물을 복용하기도 하지만 효과가 검증되지는 않았다. 수술적 방법으로는 혈관 수축 신경을 찾아 혈관에서 분리하는 교감 신경 절제술, 막히거나 좁아진 혈관 내 풍선을 삽입해 넓혀지는 수술이 많이 사용된다. 또 상태가 심할 경우 막힌 혈관 부위를 완전히 제거한 뒤 새로운 인조 혈관을 이식하는 수술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우상현 W(더블유)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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