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의회 의정비 챙기기 '꼼수'

'열어도 그만, 안 열어도 그만….'

광역·기초 의원들의 내년도 의정비를 정하는 '의정비심의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진행되면서 제대로 된 심의를 하지 않는가 하면 의정비 동결을 위해 아예 회의조차 열지 않는 곳도 많다.

이 때문에 심의위는 정작 의원들의 업무를 평가하기보다 행정안전부의 의정비 가이드라인에 기준을 맞추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올들어 3회째를 맞은 의정비심의위의 허실을 짚어본다.

◆심의위 구성도 제맘대로=대구시는 올해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구성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달 8일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규정된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을 경우 동결로 정해진다'는 조항을 적용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경북도 등 타 시도의 추이를 감안하겠지만 현재로선 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고 전했다. 굳이 심의위를 꾸려 의정비를 삭감할 이유가 없다는 것.

대구시의원의 경우 행안부 기준안에 5천191만원이지만 올해 의정비는 5천400만원으로 200여만원 높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는 '월정수당 지급 기준액 산정방식'에 따라 재정력지수, 의원 1인당 주민수, 변환지수 등을 곱해 나온 값의 ±20% 범위에서 의정비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달성군도 동결 방침을 정해 의정비심의위를 구성하지 않았다. 군의원들의 현재 의정비는 3천417만원으로 행안부 기준안인 3천286만원보다 높다. 군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여론도 안 좋을 것 같아 동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의회의 눈치를 보고 아예 심의위 구성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의정비 보전을 해주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월급이 높으면 심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업무를 정당하게 평가해 잘했으면 의정비를 올리고 못했으면 낮추는게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달서구도 의회 내부에서 동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 18일에야 심의위가 첫 회의를 갖고 여론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의정비는 3천552만원으로 행자부 권고안인 3천495만원보다 조금 높기 때문.

◆콩 볶듯 진행되는 위원회=의정비 심의위를 꾸리더라도 시간 부족으로 대충대충 의정비를 결정하는 곳이 많다. 11월 한달 내에 결론을 내야하기 때문에 늦어도 오는 28일이 시한이다. 동구와 남구의 경우 지난 13일에야 첫 심의위 회의를 가졌다. 가장 먼저 심의위를 연 수성구(3일), 서구(6일)가 이미 주민 여론조사에 활용될 잠정 의정비(표 참조)를 만든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 심의위원은 "심의 시간이 짧다보니 다른 구에서는 몇 %로 조정했는지를 갖고 논의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심의위 구성이 늦어지다보니 제대로 된 회의가 이뤄질리 없다. 지난해 모 구청 심의위에 참가했던 한 관계자는 "전문성도 없는 위원들에게 재정자료, 의원활동자료 등을 던져주고 서너 차례만에 월급을 정하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며 "심의위원 가운데는 '우리가 타 구보다 낮으니 높여주자'는 식으로 무턱대로 인상안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어 '의원들의 로비를 받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는 주민 공청회 개최나 주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이를 얼마나 반영될지도 미지수다. 동구는 지난 10일에야 심의위를 구성한데다 20일쯤 여론조사를 할 계획이다.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지난해는 9월 중순에 심의위를 구성해 11월 중순쯤 의정비가 결정됐는데 올해는 좀 늦었다"며 "대부분 심의위들이 자체 판단보다는 다른 곳의 의정비를 보고 결정하는게 보통이어서 이런 심의위를 해마다 열 필요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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