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제 位相 높아진 한국, 內實 없으면'거품'

세계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엊그제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통화스와프 확대, 국제통화기금(IMF) 재원 확충 등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7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국이 외환위기 때 보호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사람도 많았지만 우리는 규제개혁과 시장개방을 통해 단시일 내에 경제를 회복시켰다"며 보호무역 반대 목소리를 앞장서 냈다. 그리고 그런 주장이 정상 선언문에 반영된 것은 한국의 입지가 그만큼 높아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2010년도 G20 재무장관회의 의장국으로 선임됐다. 올해 회의를 주도한 브라질, 내년도의 영국과 함께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주도할 '트로이카'로 선정된 것은 큰 수확이다. G7을 대체할 신흥국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이들의 선두 주자로 나선 것은 한국경제가 선진국으로 비상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도 많다. 새로운 체제를 만들지 못하고 기존 체제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것은 아직까지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감독 강화, 각국 감독 당국의 공조와 협조' 같은 합의도 강제성이 없어 각국이 얼마나 성실히 이행할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세부적인 실천 계획들이 계속 만들어질 것이고 한국은 문제 해결에 더욱 앞장설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국내경제의 탄탄한 內實(내실)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실업자가 넘쳐나고 빈곤층은 양산되는데 국제 위상만 붕 뜨면 국민의 고통은 오히려 가중된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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