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9 대입] 논술 대비 전략은?

요약보다 '사고력' 보여야

논술이나 구술고사 전형에 있어 대학들이 일관되게 추구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변별력 있는 출제와 합리적인 채점이다. 대학 입장에선 이 같은 전형을 운영하는 데 있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은 적정 수준의 출제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대학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수많은 양의 답안지와 지원 학생들 중에서 어떻게 우수한 인재를 골라내느냐다. 이를 위해선 변별력 있는 출제만큼이나 합리적인 채점 시스템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학들의 노력이 어떻게 논술이나 구술고사에 반영되는지 살펴보자.

◆인문계열

주요 대학들은 2007학년도 전후로 해서 '통합교과형 논술'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논술고사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논술과 다른 특이한 논술 시험을 따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틀에 박힌 답안과 단순 지식의 나열을 멀리하고 학생의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는 점에서 논술 본연의 성격과 취지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각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통합논술의 출제 방향은 여러 교과목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범위에서 출제한다는 점과 텍스트 및 자료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 능력과 기본 개념 및 원리에 대한 이해와 적용 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등을 측정한다는 것이다.

인문계 통합논술은 기존의 논술고사에 비해 문항의 수가 많고 각 문항당 분량을 줄였다는 특징이 있다. 또 고난이도의 긴 제시문을 읽고 중심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었던 기존의 논술고사와 달리, 기본 개념이나 범위 정도를 보여주는 짧은 제시문을 힌트로 삼아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출제되고 있다.

이는 완결된 장문의 글을 쓰는 논술에 비해 현실적 문제의 핵심을 분석, 해결해 제시하는 능력을 평가하기에 용이하다. 즉, 통합논술에서는 다양한 문제를 접하고 즉각적으로 해당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면서 심층적인 분석과 대안 등을 답으로 도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이 강조되는 것이다.

인문 논술에서 수리 능력을 요구하는 문항이나 영어 제시문을 포함시켜 출제하는 경우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국문으로 된 언어 논술에 국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시문은 고교 교과서를 그대로 인용하거나 교과 과정 속에 있는 핵심 개념을 설명한 짤막한 글이 주류를 이루며 그것과 관련된 시사적 문제나 가상 상황을 함께 제시하는 특징이 있다. 가끔 다양한 과목과 영역에 걸친 내용이 같이 제시되기는 하지만 제시문의 난이도는 기존 논술에 비해 대폭 낮아져 제시문 자체를 이해하는 데 수험생들의 부담감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제시문 이해도를 측정하기 위한 요약형 문제보다는 제시문들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는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비교하기'나 '비판하기'형 문제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 최근 인문 논술의 특징이다.

◆자연계열

자연계 통합논술은 풀이 과정이나 값을 요구하는 '풀이형'과 과학이나 수학 관련 제시문이나 통계 자료 등을 분석하는 '자료 분석형'으로 나뉜다. 풀이형 문제는 수리 과학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거나 실생활 속에 자연과학적 현상과 원리를 배경으로 하는 제시문이 있는가 하면, 주어진 질문들을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수리과학적 논리로 풀어 서술할 것을 요구하는 유형의 문제도 있다. 또 과학적, 논리적인 사고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미분이나 적분 등을 이용해야 했던 고교 교과서의 수학 문제나 예전의 본고사처럼 결과 중심적인 유형이지만 최근에는 구체적인 풀이 과정을 필요로 하는 문제도 출제되고 있다.

풀이형 문제에서는 수학 및 과학 교과 과정의 이해에 기반을 둔 기초 지식이나 창의력을 바탕으로 수험생이 어떠한 사고 과정을 거쳐 결론에 도달하고 그것이 얼마나 명료한 논리를 갖춰 객관적으로 표현되었는지 등을 평가한다. 풀이형은 항상 문제 속에 단서가 있으므로 질문의 핵심이 되는 대상을 제시문 속에서 찾아 이에 대한 수리, 과학적 원리를 제시하면서 객관적, 논리적 개념을 이끌어내야 한다. 수리과학 풀이형 논술의 논제는 중·고교 교과 과정에서 다루는 소재들이 바탕이 되는데, 가끔 물리나 화학 등의 과학 교과 속에 있는 개념들도 논제가 된다.

반면 자료 분석형 문제는 자료가 되는 표와 설명이 곁들어진 유형으로 출제된다. 이는 자료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동반한 수리적 사고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문제에서 요구하는 주제를 분석해 논리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능력을 평가하는 유형이다. 주어진 게임의 규칙이나 통계자료, 조사 결과를 이해하고 미래의 행동을 어떻게 결정할지 보여주어야 하는 '과제 해결형' 문제들이 주로 이에 속한다. 이런 유형의 경우, 수험생들의 정형화된 풀이 방법을 원하는 게 아니라 논리적, 수학적인 사고가 의사결정 과정에 어떤 창의적 형태로 반영되는가를 보는 것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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