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6일 폐막 '제2회 대구사진비엔날레' 결산

역량 있는 국내 작가 세계시장 홍보 성과

지난달 31일부터 11월 16일까지 보름간 진행된 제2회 대구사진 비엔날레가 막을 내렸다. 10여개국에서 한국을 찾은 200여 작가들의 작품을 실제로 만나보는 아시아 최대규모의 사진행사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으나 운영상 많은 문제점을 남기기도 했다. 사진비엔날레를 점검해 본다.

◆성과도 많았다.

젊은 작가들의 국제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처음으로 마련한 '포트폴리오 리뷰'는 신선했다. 당초 60명으로 참가인원을 제한했으나 참가자들이 넘쳐 주최 측이 어려움을 겪을 만큼 관심이 컸다. 사진비엔날레가 단순한 전시 행사가 아니라 국내작가를 세계시장에 알리는 창구 역할도 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대구의 20여개 화랑들이 일제히 사진비엔날레에 맞춰 사진전시를 열어 대구 전체가 사진축제를 연출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봉산동 화랑을 비롯해 시내 곳곳의 화랑들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거나 국내 인기 작가들의 전시회를 열어 축제분위기를 달구었다.

또 서울 등 타 지역에서 많은 이들이 찾았다. 주말의 경우 50% 이상이 서울을 비롯해 광주 부산 등에서 온 관람객이었으며 행사기간 동안 실시한 KTX할인행사가 '매진'되기도 했다. 입장객도 7만3천명으로 공식집계됐다. 또 패션 디자이너 박동준씨는 비엔날레에 참석한 외국귀빈을 초대해 2회나 연회를 열기도 해 대구의 이미지를 높여주었다.

◆법인 설립이 시급하다

이렇게 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행사 주최가 없는 행사였다. 주최는 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라고 돼있지만 이는 1회용 조직에 불과해 예산집행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든 예산이 엑스코를 통해 집행되는 파행적 운영이 불가피했다. 광주나 부산비엔날레가 법인이 만들어져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것에 비해 대구는 행사를 10개월 앞두고 조직위가 구성돼 행사를 치르고 행사가 끝나면 모두 사라지는 식이다. 자연히 다음번 행사를 위한 노하우나 매뉴얼 하나 남아있지 않다. 이번 사진비엔날레 기획감독을 맡은 구본창씨는 "행사를 끝냈지만 행사내용을 인수인계할 곳이 없다. 이런 식으로 행사를 치르면 매번 새롭게 하는 행사밖에 안 된다. 빨리 법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1회성 행사로 끝나다 보니 행사가 끝나면 사용된 시설도 매뉴얼도 몽땅 사라진다. 1회 때 1억원의 협찬을 받아 설치한 행사장 패널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올해 7천만원의 예산을 다시 들여 만들었다. 사진비엔날레 기획자인 석재현씨는 "올해 마련한 시설물을 다음 행사에 사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했다.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인은 빨리 설립돼야 한다.

◆이런 점은 고쳐야 한다.

행사내용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내일의 기억'이란 주제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못한 채 이것저것 모아놓은 잡탕전시라는 인상을 주었다. 한·중·일 3국의 현재 사진 모습을 보여주는 국제전시 역시 3국의 작품만 모았을 뿐 일관된 흐름이나 주제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3국 큐레이터들이 한번도 모이는 시간을 가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주제에 적합한 내용이냐 아니냐를 따져볼 시간조차 없었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관람의 불편함도 컸다. 엑스코와 문화예술회관에서 나누어 전시하는 바람에 관람자들이 여기저기를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개막일 행사에 참석한 외부인사들도 엑스코에서 문화예술회관을 옮기며 관람하는 바람에 불만이 쏟아졌다. 서울에서 온 관람객의 경우 이동시간이 길어 하루 만에 관람하기가 다소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도 이런 일이

개막행사 때다. VIP로 정치인 경제인들을 소개하면서 정작 이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총감독은 소개조차 하지 않았다. 국제문화행사라고 떠들지만 실제로는 문화인이 소외된 개막행사였다고 이 자리에 참석한 문화인들은 입을 모았다. 한 문화인은 대구시가 돈을 대고 엑스코가 행사를 치르고 문화인들은 고용인에 불과한 형태였다고 꼬집었다.

구본창 총감독은 "해외출장이라도 가면 '꼭 가야 하느냐'는 말을 몇번이나 들었다"면서 "첫회보다 규모가 3배 이상 커졌으나 큐레이터 증원 등에도 어려움이 따랐다"며 공무원의 마인드가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총감독의 경우 아트디렉터의 역할뿐 아니라 예산회계 심지어 현수막의 디자인까지 직접 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운영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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