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上司(상사)의 등을 보고 배운다

일본 한 中企사장 수십년 새벽 출근/관리자가 솔선해야 직원들 감동

지난주 금요일 오전 일본 도요타(豊田)시 근교에 위치한 도요타자동차 2차 협력업체인 주식회사 미후네(MIFUNE)의 소박한 회의실. 우메무라(梅村) 사장이 막 모습을 나타냈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혼자서 매일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어김없이 밤새 세워두었던 공장 내 기계의 잠을 깨우고 시운전을 하느라 늦은 아침식사를 막 끝낸 직후였다. 열악한 프레스공장 환경상 분진과 기계음이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 그대로 우리 일행을 맞은 올해 68세의 우메무라 사장은 진지하면서도 연방 사람좋은 웃음을 지었다. 일본 중소기업의 강점을 배울 목적으로 대구테크노파크 나노부품실용화센터 주관으로 꾸려진 대구지역 기업인 견학단이 나고야와 도요타시 일대 기업과 관공서를 돌아본 견학 마지막 날이었다.

"다른 어느 곳보다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 바로 중소기업입니다. 일본의 경우도 다르지 않아요. 우리 고객사인 도요타자동차도 올해 74% 이익률이 급감했어요. 우리 공장도 이 영향으로 생산량이 20~25%가량 줄었어요. 도요타의 품질관리도 더 엄격해졌고요. 아마 모르긴 해도 2009년엔 주문량이 대폭 감소하겠지요. 살아남기 위해선 뼈를 깎는 원가절감 노력밖에 방법이 없지요."

한국의 경영환경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어려운 시기에 우리 중소기업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우메무라 사장은 열변 토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소위 3D 업종에 속하는 자동차부품 프레스와 용접, 금형가공 제품 1만여 종을 생산하는, 올해로 창업 31년이 된 이 회사는 철저한 낭비'재고 제거를 통해 30%의 비용절감을 이루었다.

일례로 이 회사에는 회의가 없다. 대신 정규직원들이 사내에서 모두 리시버를 귀에 꽂고 이를 통해 소통한다.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는 모든 직원이 일사불란하게 그 자리에서 즉시 해결한다. 즉 돈 들이지 않고도 모두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요,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니 역으로 회사운영비 또한 적게 든다는 것이었다. 실제 이 회사는 연 매출 240억원에 제조업체에선 보기 드물게 순이익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회사 방문 시 소정의 '견학비'를 내는데, 우메무라 사장은 이 돈을 직원들 사기 진작용 회식비로 쓰거나 불량을 내지 않은 그룹의 포상금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한국 제조업의 문제점을 지적해 달라는 말에 그는 "관리자는 개선하는 사람입니다. 한국 제조업체 관리자들의 문제는 현장을 등한시하는 데 있습니다. 또 설비투자에 대한 과신으로 엄청난 비용을 들여 최신 기계 도입을 서두르는데, 이렇게 해서 언제 이익을 내는지 의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수십 년간 매일 아침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자기 업무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통해 모든 문제를 미리 파악한다는 우메무라 사장. 공장 내 불량이 발생하면 바로 멈추어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량 추이를 분석, 공유하며 개인별 능력표를 게시하여 완벽한 多能工(다능공) 육성의 의욕을 북돋우고 있다.

'관리자는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요, 어려울 때 선두에 서는 사람이다. 引導(인도)하는 자는 앞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리자는 업적을 통해 상사의 신뢰와 부하의 노력에 보답하는 사람이다. 관리자는 부하를 육성하는 사람이다. 부하의 작은 성공에 기뻐하고 작은 성장을 칭찬하는 사람이다. 관리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다.'(TPS '관리자의 지도력 10개조' 중에서)

함께 하나 된 열의와 노력에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온다면 당신과 나는 이미 완벽한 지도자이다. 일본 속담에 '부하는 상사의 등을 보고 배운다'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함께 헤쳐가야 할 고난의 길을 마다않고 묵묵히 솔선수범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투영되지 않는가?

매서운 한파, 이 한파를 헤치고 행복한 봄날을 만끽하는 유일한 해법은 우리 모두가 리더의 마음과 열정을 가짐으로써 가능한 것 아닐까?

양현주 경영지도사.영남이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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