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라디오 연설에서 "불이 났을 때는 하던 싸움도 멈추고 모두 함께 물을 퍼 날라야 한다"고 했다. 또 "심각한 위기 상황에 어떻게 한가롭게 여와 야, 노와 사, 보수와 진보의 구별이 있을 수 있느냐"고 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적 단합을 강조한 것이다. 하나도 틀리지 않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집권세력의 집안부터 다져 놓고 그렇게 말해야 더 호소력을 띨 것 같다.
지금 여당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한심 그 자체다. 과연 이들이 위기 극복에 관심이라도 있는가 싶다. 경제 살리기를 공언해 집권했다가 불의의 경제 난국을 맞았다면 만사 제치고 경제 하나에만 죽기살기로 매달려도 모자랄 판이다. 자신들부터 똘똘 뭉쳐 지혜를 모으고 국가적 위기를 앞장서 헤쳐 나가려는 비장한 모습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불안해하는 국민에 대한 집권세력의 당연한 복무자세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서 매일 들려오는 것은 분열과 반목의 소식뿐이다. 계파는 계파대로 의원들은 의원들대로 전부 제팔 제 흔들기 식이다.
최근 여당 중진들 입을 통해 나오는 얘기를 보면 고질적인 계파 간 알력이 해소는커녕 더 공고해지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그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후 오바마계, 힐러리계가 있느냐"고 했다. 며칠 전 3선의 권영세 의원은 "한나라당이 100명 내외만 움직이는 정당 같다"고 했다. 이런 말들은 한나라당 내 계파 대립이 일반에 알려진 것보다 더 심하다는 이야기다. 얄팍한 계파 줄타기에 더 빠져 國政(국정)은 남 일처럼 팔짱을 끼고 있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여당 특권으로 통하는 민원이 줄었다고 정부에 어깃장을 놓는 의원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나라 일보다 사사로운 정치적 이익에 연연하는 못난 사람들이다. 여당 하는 맛은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국정에 구현시키는 데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당 책무에 충실해야 한다. 딴 짓은 국민에 대한 배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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