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춤을 지켜온 이 땅의 춤꾼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시대 마지막 춤꾼 30인의 삶과 춤의 길을 통해 미처 몰랐던 우리 근·현대사의 또 다른 굴곡을 보여준다. 화려하거나 방대하진 않지만 그네들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이야기는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가슴을 묵직하게 만들고 '기생이다' '광대다'라며 무시당하고 놀림당할까 한평생 숨죽여 살았던 그들의 생이 춤에 대한 열정과 오버랩되면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 소개된 30인의 삶은 평탄하지 못했다. 남다른 재주와 끼를 가졌기에 그들의 삶은 고달팠고 그 길을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춤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처럼 그들을 덮쳤다. 화려한 부채춤 군무를 선보인 한국무용의 대모 김백봉, 한국 춤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한성준의 유일한 생존 제자 강선영, 전통 춤을 오롯이 지켜오고 있는 이매방, 오빠부대의 원조인 호남살풀이춤의 대가 최선, 궁중무용의 마지막 교두보인 이홍구 등의 삶은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다.
인간문화재든 아니든 화려한 명성을 쌓았든 아니든 삶의 숱한 고비를 넘기며 자기만의 춤을 고집해온 이들 원로 춤꾼들이 있어 한국 근·현대 무용사는 가능했다. 원로 무용가들의 입을 통해 듣는 우리 공연계의 비화들도 이 책이 주는 재미다. 376쪽, 1만6천원.
김순재기자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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