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에 따른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대주단 가입'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정부와 금융회사가 채권 만기를 1년 연장해주는 대주단(貸主團·채권단) 자율 협약 가입을 독려하고 있지만 가입 이후 경영권 간섭과 함께 부실 기업으로 비춰지면 '득 보다 실'이 많은 탓에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대구의 건설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권에서 대상 업체를 도급 순위 100위 내에서 300위로 확대한 데다 가입 기간도 당초 23일에서 2010년까지 연장한 때문이다.
◆일단 눈치만=1군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지역 건설사들도 대주단 가입 여부를 두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A사 임원은 "자금 압박을 받고 있지 않아 당장 가입할 필요는 없지만 정부와 금융권이 '대주단 가입'을 강하게 거론하고 있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단 가입 기간이 연장된 만큼 타 기업 가입 여부를 보고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B사 관계자도 "섣불리 가입을 한 뒤 명단이 알려지면 신규 사업 등에 지장이 있을 뿐 아니라 행여 퇴출 대상이 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정부와 금융권의 대주단 운영 방침이 뚜렷하지 않아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단 정부와 금융권은 대다수 건설사들이 '가입 여부'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적극적인 독려에 나선 상황. 은행연합회는 18일 건설사를 대상으로 대주단 협약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대주단에 가입해도 경영권 간섭은 없고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건설사들의 부담덜기에 나섰다.
또 정부는 대주단 협약에 가입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지원 대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으며 추진할 의사도 없음을 명확히 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19일 "대주단 협약 가입에 따른 불이익을 걱정해 건설업체들이 가입을 꺼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입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자금 사정이 좋은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대출 만기 연장 능력이 없는 부실 건설사를 빼고는 지역 업체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도 대주단 가입에 미온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건설사 한 대표는 "정부에서 대주단 운영을 하지 않고 차라리 시장 기능에만 맡기면 부실 업체는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고 나머지 업체들은 개별적으로 은행들과 협의를 통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며 "'대주단' 문제가 불거져 괜히 곤욕스럽다"고 했다.
◆지역 건설사들의 가입 여부는=일단 가입 여부를 두고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화성(49위)과 태왕(101위) 등 도급 순위가 높은 기업들은 대형 건설사들의 가입 여부에 따라 가입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화성 측은 "현재 자금력이 도급 순위 10위권 내 건설사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뒤지지 않아 채무 연장을 위한 목적의 가입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며 "하지만 1군 업체들이 대부분 가입하면 분위기상 따라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태왕도 올 하반기부터 자금난에서 벗어난 상태로 대기업들의 가입 여부를 본 뒤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C&우방(62위)은 그룹에서 아예 '매각'으로 방향을 잡아 대주단 가입 여부와 무관한 상태가 됐다.
서한과 한라주택, SD건설 등 상대적으로 도급 순위가 낮은 나머지 업체들은 '대주단 가입'에 대해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
분양 단지가 1, 2개 단지에 불과하고 미분양 물량도 적어 자금 부담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PF 규모도 얼마되지 않고 당장 연장할 대출도 없다"며 "2, 3년 전부터 신규 주택 사업 규모를 줄이고 관급 공사나 BTL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 덕을 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대주단협약이란=지난 4월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프로그램이다. 차주(借主)에 반대되는 개념의 대주(貸主)들이 일종의 채권단을 꾸리는 형식이다. 도급순위 300위권 건설사 중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이상 기업의 주채권 금융사를 통해 가입이 승인되면 채무 만기가 1년간 연장되고 필요할 경우 신규자금도 지원받는다. 그러나 가입할 경우 자칫 부실기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기업들의 가입이 저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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