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머슴아'들이 해냈다…이근호·박주영 2골 합작

19년 동안 묵은 체증이 내려갈 만큼 완벽한 승리였다. 한국 축구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3차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를 2대0으로 완파, 해묵은 빚을 갚으며 귀중한 승점도 챙겼다.

20일 새벽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은 2승1무(승점 7)를 기록, 아랍에미리트연합(UAE·1무3패·승점 1)과 1대1로 비긴 이란(1승2무·승점 5)을 제치고 조 선두로 나섰다. 또 1989년 10월 이탈리아 월드컵 예선에서 2대0으로 이긴 후 지금까지 사우디에 3무3패로 승리하지 못했던 악연을 끊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2000년 레바논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1대2로 패한 뒤 8년 만에 사령탑으로 조우한 나세르 알 조하르 사우디 대표팀 감독에게 설욕했다.

한국은 이근호(대구FC)와 정성훈(부산 아이파크)을 투 톱으로 두고 기성용(FC서울)과 김정우(성남 일화)를 중앙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서울)을 좌,우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4-4-2 전형으로 나섰다. 한국은 전반 초반 사우디의 공세에 밀렸다. 전반 5분에는 사우디의 코너킥이 칼레드 아지즈의 결정적인 헤딩 슛으로 연결됐으나 골대를 지킨 이영표가 차 냈다.

전반 중반 이후 경기력이 살아난 한국은 후반 들어 위력을 뿜어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이근호와 정성훈이 잇따라 슛을 날렸으나 사우디 골키퍼가 쳐냈다.

후반 13분에는 사우디의 스트라이커 나이프 하자지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사우디는 전반부터 거친 파울로 한국의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하자지가 옐로 카드를 받은 데 이어 후반 13분 쇄도하다 골키퍼 이운재에게 걸려 넘어진 것처럼 헐리우드 액션을 취하다 빨간 카드를 받았다.

수적 우위를 점한 한국은 파상 공세를 펼쳤고 후반 32분, 무르익은 공격 끝에 선취 골을 터뜨렸다. 공격에 가담한 윙백 이영표(도르트문트)가 왼측면에서 크로스를 날리자 박지성이 반대편 골문 근처에서 트래핑한 뒤 사각 지점에서 가운데로 강하게 슛 겸 크로스를 때렸고 이를 이근호가 건너편에서 받아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이근호는 최근 외손자를 얻은 허정무 감독 앞으로 달려가 '애 어르기 세리머니'를 펼쳤다.

다급해진 사우디는 공세로 나서 위협적인 장면들을 연출했지만 이영표-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강민수(전북 현대)-오범석(사마라FC)의 포백 수비를 뚫지 못했다.

이후 후반 교체 투입된 박주영(AS모나코)이 종료 직전 결정타를 날렸다. 드리블하던 염기훈으로부터 볼을 건네 받은 박주영은 방향을 틀어 페널티 구역 중앙 바깥 왼쪽 지점에서 오른 발로 감아 차 사우디의 골 그물을 다시 흔들었다.

한편 최종예선 A조에서는 호주(3승·승점 9)가 바레인(1무2패·승점 1)을 1대0으로 꺾고 3연승으로 조 1위를 지켰고 일본(2승1무·승점 7)은 카타르(1승1무2패·승점 4)를 3대0으로 완파, 조 2위를 유지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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