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트폴리스' 프로젝트 日구마모토현의 사례

예술적 조형미 경찰서·다리…세계적 관심 끌었다

▲ 1988년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일본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구마모토 북경찰서 건물. 계단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형태에 정면을 반투명유리로 장식했다.
▲ 1988년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일본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구마모토 북경찰서 건물. 계단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형태에 정면을 반투명유리로 장식했다.

디자인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단순히 시민들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외부 방문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는 감성적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은 디자인 하나로 수은에 의한 공해병인 '미나마타병'의 진원지라는 이미지를 떨쳐낸 것은 물론 지역 경제까지 살린 사례로 유명하다. 최근 도시디자인을 슬로건으로 내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이라면 예외없이 다녀오고 선진 사례로 내세우는 곳이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폴리스처럼 구마모토를 예술의 도시로 가꾸자'는 아트폴리스(artpolice) 프로젝트는 일본 수상을 역임(1993~1994)한 호소카와 모리히로가 지사 시절이던 1988년 시작됐다. 프로젝트의 1호는 구마모토 북경찰서 재건축(사진)이었다. 계단을 거꾸로 뒤집은 듯한 형태에 정면을 모두 반투명유리로 장식했다. "경찰서가 무슨 과학관이냐" "근처에 야구장이 있어서 매일 유리창을 갈아 끼워야 할 것"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건축계뿐만 아니라 일본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섬마을 우시부카(牛深)는 아트폴리스 프로젝트에 의해 세워진 길이 883m의 다리 하나로 관광 명소가 됐다. '하이야 대교'는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렌초 피아노가 설계했고, 바닷바람을 맞지 않고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세운 방풍 패널, 은색 비늘을 연상시키는 디자인 등이 세계적 관심을 모았다.

'분라쿠'라는 인형극 공연 전통을 지켜온 세이와(淸和) 마을도 이 프로젝트의 혜택을 받았다. '풍경과의 조화, 목조, 100년이 지나도 남을 문화재' 등 3가지 목표 아래 지어진 분라쿠 극장은 명물이 됐고 인형극과 지역 특산물 판매가 어우러졌다. 그 결과 4천명이 안 되는 이 마을에 한해 15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와서 2억엔 이상을 쓰는 믿지 못할 성과를 낳았다.

구마모토의 아트폴리스 프로젝트는 설계와 발주, 건축 전 과정에 시민들을 참여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어차피 지방자치단체나 민간기업에서 건설해야 할 건물, 다리, 극장 등이지만 여기에 시민들의 의견과 창의성을 담는 작업의 효과는 말로 다하기 힘들다. 홍경구 대구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뛰어난 공공디자인은 시민의 공동 관심사를 만들고 화합시키며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최고의 촉매가 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김재경기자 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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