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술치료]-조손가정 아동

기분이 좋으면 소리를 질러 억압된 감정 표출

조손가정은 일반적으로 조부모 손자녀 가정, 할머니 할아버지 가장세대, 조부모와 동거하는 소년소녀가장세대 등으로 불리고 있다. 조손가정은 가족 해체의 결과물로, 남겨진 자녀들은 상당수 조부모에게 양육권이 넘어간다.

부모의 사망'이혼'질병'심신장애'가출'복역 등으로 생계가 곤란한 18세 미만의 가정을 책임을 지고 있는 소년소녀 가장의 약 68%가 친척과 동거하며 그 과반 수 이상이 조부모와 동거하고 있다.

아동은 조부모를 통해 더 넓은 인간관계를 이해하고 배려와 따뜻한 온정을 배울 수 있지만 부모의 부재로 인해 일부 아동은 감정이나 애정을 표현하는 등의 표현적 경험을 가질 기회가 잃어 가족원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긴밀성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전한 사회성 형성에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조부모는 손자녀에게 부모의 역할 대행을 하며 생활경험을 통해 손자녀의 성장에 도움을 주거나 손자녀를 통해 세대의 변화를 인식, 문화유산의 전승을 확인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등의 이점도 있다. 하지만 조손가정의 조부모는 개인의 노년기 적응문제 뿐만 아니라 손자녀의 양육부담 및 역할혼동, 세대차이에서 오는 갈등, 각종 생활 스트레스 등을 안고 살아간다.

H군은 칭찬 받기를 원하고 손톱을 물어뜯으며 깔끔하고, 정확하며 강박성향이 있다. 장난기로 친구를 괴롭혀 자주 다투고 친구들로부터 소외당하면서 또래관계가 어렵고 주의가 산만하다. 연령에 비해 미숙한 행동으로 때론 천진난만하며, 밝은 표정이다. 학업은 양호한 편이지만 스트레스가 많다. 이 아이는 조모를 가장 의지하면서도 어려워하였다. 조모는 아동에 대한 걱정과 일상 스트레스가 많고 우울과 더불어 건강이 좋지 않다. 양육태도는 상당히 엄격, 통제적이며 타인에게 피해 주는 것에 민감하며 완벽한 편이다.

치료 초기에는 주의가 산만하고 규칙을 어기며, 장난치고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됐다. 결투 장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매사에 늑장을 부리며 종종 배회했다. 색칠은 신중'꼼꼼히 했고, 손과 옷에 무엇이 묻는 것에도 민감했다. 치료 중기에는 가족에 관련된 활동에 정성을 들였고, 여러 번 모성애에 대한 표현도 했다. 차츰 이 아이는 칭찬 받고 싶어 스스로 노력 하였고, 또래들과 과격하지 않게 어울리고, 함께 작업하는 것도 좋아했다. 또 기분이 좋으면 소리를 지르는 행동으로 억압된 감정을 표출했다. 때론 익살로 다른 아동들을 웃기기도 했다. 후기에는 자신감 있게 미술활동을 하고, 학교생활에서도 긍정적이며 칭찬을 자주 받았다며 자랑했다. 또한 미술치료 시간을 더 요구하기도 했다.

조손가정의 아동은 가족관계의 불안정에서 오는 소외 감정으로 인해 성격형성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런 조손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지적'정서적 자극뿐만 아니라 가정'학교'또래관계에서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받아들여줄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조손가정에서의 조부모 역시 노년기에 접어들거나 또는 자신에게 접한 문제들과 손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급격한 시대의 변화에 대한 적응에 힘겨워하고 있는 것은 한계다.

lyy0976@hanmail.net

이영옥(미술치료학 박사, 영남대 미술치료학과 강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