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현직 청장 싸우는 '이상한 수성구청'

요즘 대구 수성구청이 뒤숭숭하다.

민선 4기를 맞은 수성구청이 끊임없는 '음모설'에 휘말리면서 내홍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 김형렬 구청장은 전임 김규택 구청장이 13년 가까이 재임하면서 드려진 그림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고통을 하소연하고 있다. 그러나 전임 구청장 측은 '정치적 술수'라고 일축했다. 전현직 구청장 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심각한 수준이다.

◆음해세력 있다?=18일 오전 10시 30분 수성구청에서 열린 김형렬 구청장의 기자회견. 공직개혁실천단 등 대구시민단체가 이날 '구청장이 업무추진비를 부당 집행하고 친인척까지 특별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김 구청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김 구청장은 "업무 착오로 실수가 빚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업무추진비를 전용한 적도 없고 친인척 특별채용도 법상 하자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누군가가 또다시 나를 흠집 내려 한다"며 음모설을 제기했다.

김 구청장은 이번 사건도 지금까지 거듭된 음모설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수성구 중동의 구 현대병원 건물을 보건소로 사용하기 위해 법원경매를 통해 55억원에 낙찰받은 것과 관련, 일부에서 과다한 금액을 써내 예산을 낭비하고, 주차장이 확보되지 않은 물건을 낙찰받았다는 비난이 쏟아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김 구청장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경매에 응했음에도 구청장이 누군가에게 특혜를 줬다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해 너무 당혹스럽다"며 '전임 구청장'을 배후로 지목했다. 김 구청장은 구청 역점사업과 관련된 의혹이나 각종 투서가 자신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행정을 모르는 정치인이 구청장에 당선돼 구정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등 내용의 투서가 잇따르자 진원지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한 구청 직원은 "전임 구청장이 재직 당시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던 만큼 아직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전현직의 갈등인가?=2006년 김 구청장 취임 후 단행된 인사나 전임 구청장 시절 추진됐던 사업들이 중단되거나 유보될 때마다 '인사숙청'이니 '묵은 때 벗기기' 같은 소문이 나돌았고 그 배후에는 '전임 구청장이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가 늘 덧붙여졌다.

구청 안팎에서는 민선 3기(11년·1995년 7월~2006년 6월)와 관선(1년 9개월·1991년 5월~1993년 1월) 구청장을 지낸 김규택 전 청장의 장기 집권으로 인한 폐해라는 주장과 김형렬 구청장의 '피해의식'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그 과정에서 김 전 청장이 아들인 김대현 대구시의원을 차기 구청장으로 만들겠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전현직 구청장 간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대현 시의원은 "각종 소문의 진원지로 지목당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쾌한 일일 뿐 아니라 오히려 구청 쪽에서 전(前) 청장의 업적을 깔아내려 자신의 업적을 돋보이게 하려는 정치적 술수로 보인다"고 했다.

민선 4기가 출범한 지 2년 4개월째. 일이 생기면 각종 소문과 음모설에 휩싸이면서 소모전을 펼치고 있는 수성구청을 보면서 시민들은 "실체도 없는 소문에 '네탓, 내탓'할 시간이 있으면 주민을 위한 고민을 더 하라"며 곱잖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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