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전읽기]非禮勿視, 非禮勿廳, 非禮勿言, 非禮勿動

非禮勿視(비례물시), 非禮勿廳(비례물청), 非禮勿言(비례물언), 非禮勿動(비례물동)

유교사상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예(禮)를 무척 존중한다는 데 있다. 논어를 일독하다보면 공부와 군자로서 덕목함양, 정치의 도리 등 전체 내용을 두루 가로지르는 주개념이 결국은 예절을 바탕으로 함을 알 수 있다. 이런 까닭에 학문을 통해 많은 지식과 올바른 사고력, 판단력을 기르고 나서는 예로서 그 언동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박문약례(博文約禮)는 곧 유교교육 이념의 요체가 되고 있다.

어느 날 안연(顔淵)이 인(仁)에 대해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자기를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다"라며 "어떤 때고 자기를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면 모든 게 인에 귀착되니 인을 실천하는 것은 자신에게 달렸지 남에게 달린 것을 아니다"고 했다. 이에 안연이 그 자세한 실천 사항을 다시 묻자 공자는 "예에 어긋나는 것은 보지도 말며, 듣지도 말며, 말하지도 말고, 예에 어긋나는 경우에는 움직이지도 않는 것이다"고 답했다. 후대의 많은 성현과 선비들이 따르고자 했던 그 유명한 사물론이 등장하는 순간이다. 봉화 춘양면 의양리 만산고택에 가면 사랑채 처마 밑에는 존양재(存養齋, 타고난 심성을 온전하게 지켜서 덕성을 기르는 곳)라는 현판글씨와 함께 사물론(四勿論)이라는 글귀도 함께 있다. 옛날 선비들은 이렇듯 사람으로써 도리가 아닌 일에 대해선 아예 촌각의 관심조차도 두지 않으려고 했다.

전체와 조화를 이루는 개인적인 삶의 형태이기도 한 예는 결국 극기복례(克己復禮)로서 완성될 수 있다는 웅변이 아닐까. 어찌 보면 사람으로서 제대로 살기가 녹록하지 않은 듯싶지만 한편으로는 자기가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않는다면(己所不欲, 勿施於人)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닌 듯싶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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