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고질적인 중고교 운동선수 폭력 방치할 건가

국가인권위원회가 어제 밝힌 중고생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전국 중고교 남녀 선수 1천139명을 상대로 설문도 하고 일부는 심층면접도 해봤더니 10명 중 8명꼴로 각종 폭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16.5%는 주 1회 이상 맞으며 운동을 하고, 25%는 지도자나 선배 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운동 외에는 달리 할 것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선수들은 훈련이 없는 날은 하루 4시간 정도 수업에 들어가고 훈련이 있는 날은 2시간도 수업을 받지 못한다. 그나마 전지훈련이나 합숙훈련에 들어가면 몇 주 동안 책 한 권 볼 수 없다. 어쩌다 수업에 들어가 봐야 수업을 따라잡을 수도 없는 구조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스포츠 새싹들을 나라의 미래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이들을 인권 사각지대에 그토록 방치해 왔다니 부끄럽다. 선수들에 대한 폭력 문제는 툭하면 터진다. 폭력의 가해자는 지도자와 선배들이다. 맞으며 운동을 배운 아이들이 자라나 지도자가 되고 선배가 되면 다시 폭력을 휘두르는 폭력의 재생산, 악순환 구조다. 진작부터 이들의 인권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바꿔야 할 때다. 한때 경찰이 '안 때리고 어떻게 수사를 하느냐'며 폭력을 정당화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경찰은 안 때리고, 고문 안 해도 과학수사 기법을 동원해 잘 꾸려가고 있다. 대한민국 스포츠 역시 폭력의 악순환 구조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이 필수다. 학습권과 운동의 균형도 요구된다. 문제점은 확인했으니 이제 해결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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