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 호텔의 서양요리 식재료는 관광용품센터로 주문하는 것과 일반 시장 구입에 의존했는데, 용품센터로 들어오는 식재료는 6개월마다 한번씩 대량주문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일부 품목이 품절되면 시장에서 구입해야 했다. 서양식 식자재는 국내 생산품이 아니라서 극히 소량만 유통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서양식 식자재의 대부분은 밀수품 아니면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것이리라 생각된다. 서양식에 사용되는 식재료들 가운데 농·수·축산물은 대부분 국내서 구입했는데, 문제는 서양요리의 핵심인 스테이크 였다.
호텔 레스토랑에는 각종 스테이크 메뉴가 있었는데, 지금은 수입 자유화와 유통업의 발달로 산지 및 육질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지만 당시는 우리나라 육우 관리 및 유통이 원활치 못해 거의 일반 식육점에서 안심스테이크를 만드는 쇠고기안심을 구입,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보니 육질이 질기고 맛이 없었고, 완제품 또한 만족스럽진 않았다.
당시 호텔 이용객의 대부분은 50~60대로 스테이크는 아마도 질기고 맛 없는 고기로 만든 것이란 인식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가끔 불평이 쏟아지긴 했지만 호텔에서 제공되는 음식이라 그런대로 받아들이는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엔 비즈니스 및 여행 자율화로 해외에서 다양한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이 많아졌고 외국 브랜드로 수입한 육질 좋은 재료로 스테이크를 만들어 제공하는 스테이크 전문점도 많아져 수준 높은 정통 서양식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고객들의 서양식에 대한 수준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30년 전의 육질로 스테이크를 제공한다면 100% 불만족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길 것이다.
어쨌든 당시도 고객을 위해 쇠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은 연구됐다. 그 중 하나는 쇠고기 안심을 원시적으로 연하게 하는 방법. 주방용 대형냉장고에다 바람이 잘 통하도록 쇠고기안심을 수십개씩 걸어둔채 5~6일이 지나면 고기의 바깥부분이 검게 변색, 끈적이는 이물질이 생긴다. 이것을 손바닥으로 비벼 구린내 비슷한 냄새가 나면 어느 정도 숙성돼 약간 연해진다. 이는 숙성 상태를 지난 부패 전 단계에서의 연화방법이다. 이것도 오랜 감각에서 나오는 경험으로 자칫하면 부패해 버리기 때문에 상당한 기능과 경륜이 있는 주방장이 아니면 구분, 판별하기가 어려운 고난도의 기술이었다. 김영수(레스토랑 르네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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