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돌아서니 잘 부푼 반죽이
노릇노릇 익는 냄새가 난다.
무심히 냄새를 바라보니
"붕어빵, 4마리 천원"
찢어진 누런박스가 삐뚤삐뚤
허가도 없이 호객행위를 한다.
바싹 마른 손등
툭, 툭, 떨어진 팥앙금 같은 검버섯 엄마다.
딴짓하다 놀란 아이처럼 얼른 돌아서는데
방금 뒤집은 노릇한 냄새가 기어이 따라다닌다.
해마저 시들시들해지는데
반죽통은 비워질 생각이 없다.
그때다.
풋사과 같은 아가씨가 수줍게 천원을 내민다.
방금 나온 붕어빵 하루종일 굶주린 봉투 뱃속을 채운다.
어둠이 바람의 손잡고 나와 사람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버린다.
가물가물해지는 기억처럼 백열등 아래
짐승처럼 웅크린 엄마가 오돌오돌 흔들린다.
비우지 못한 반죽통 죄지은듯 끌려 집으로 향하고
종일 엄마만 기다린 녹슨 육신의 아버지
때를 놓친 밥상에 육천원짜리 갈치가 번쩍이며
제 몸처럼 긴 엄마의 하루를 말하고
웅크렸던 몸뚱이
여기저기 제멋대로 달라붙은 파스에서
고단한 냄새가 난다.
시간도 철새를 닮아 떠난다.
...
바람이 분다.
거리의 철새 돌아올 시간이다
떠나온 그 거리에서는
엄마를 기억하는 붕어빵이 또 한 철
그렇게 익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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