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 한글백일장] 산문 중등부 장원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안효주(송정여자중학교 2년)

우리 집에는 유난히 내 사진이 많다.

아버지의 사랑이 벽을 채우고 식탁을 채우고 책상 위를 채워 온 집안을 내 사진으로 가득 채운 것이다.

늘 일상 속에서 함께하는 나의 어릴 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문득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너무나 낯설었다. 하얀 울타리를 가진 꽃밭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 수영복을 입고도 부끄럽지 않은지 밝게 웃고 있는 아이. 그렇게 어릴 적의 나는 늘 티없이 맑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커감에 따라 바쁜 일상에 찌들어 나의 웃음은 회색빛이 되어갔다.

겨우 15살밖에 되지 않는 나의 삶은 촌각을 다투는 전쟁터이다. 학교에서는 수행평가와 싸워야 하고 졸음을 이겨내야 한다. 집이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여전히 시험공부와 싸워야 하고 TV의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이런 일상 속에서 살다 보면 꼭 로봇이 된 것 같다. 아무런 삶의 의미 없이 늘 똑같이 바쁘게 살아가는.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을까?

왜 나는 삶이 힘들고 답답한 걸까? 나는 누구지? 그런 생각들이 마구 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너는 너야."

분명히 들렸다.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너는 너야라고? 그렇다. 나는 나다. 늘 자신 있고 밝은 사람, 삶이 바쁘고 힘들다고 불평하기보단 최선을 다하고 보람을 찾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왜 그랬을까? 아마 답을 찾기 위한 긴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올바른 답을 찾기 위해 불평도 실망도 하면서 나는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후 고개를 들었다. 내 사진이 보였다. 그래! 나에게도 저렇게 빛나던 순간이 있었지. 왠지 사진 속 내가 앞으론 다 잘 될 거라고 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아버지께서는 나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사진이 힘이 되어 줄 것이라는 것을 아셨나 보다. 그래서 그렇게 어릴 적부터 유난히 내 사진을 많이 찍으셨나 보다.

거울을 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이제 내 웃음은 회색빛 따윈 사라지고 푸른 빛까지 띠려고 한다. 거울 옆 벽에 걸린 내 사진과 꼭 닮은 웃음을 보자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그날 나의 행복한 웃음소리는 우리집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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