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빚에 시달리던 며느리(34)는 결국 생활고 끝에 가출해 버렸다. 막노동을 해서 생활비를 보태던 아들(36)마저 교통사고를 당해 지난 6월부터 다섯달째 병원 중환자실 신세를 지고 있다. 남편복도 없어 일찍이 홀몸이 된 탓에 스스로 벌지 않으면 생활이 안 되는 형편에는 익숙해져 있으나 환갑을 한해 앞두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들 병구완에다 초등생인 손자 손녀까지 뒷바라지해야 하는 등 갈수록 무거워지는 생계가 모두 자신의 어깨위에 올라 앉아있다.
문경시내 신기동 주평시장 뒤 산기슭 오두막집에서 힙겹게 살고 있는 어느 한 아주머니(59)의 이야기다.
목욕탕 허드렛일로 근근이 생활하던 이 아주머니에게 20일 오후 84명의 천사들이 찾아 왔다. 주인공들은 지난 9월부터 두달 동안 이 아주머니에게 사랑의 집 '러브하우스'지어주기 사업을 추진 해 온 점촌중앙로타리클럽 회원들이다. 모두 4천만원의 공사비가 들어간 이 사업 경비는 회원들 모두가 나서 십시일반으로 낸 성금으로 마련했다. 이날 준공식과 함께 집들이 행사를 연 이들은 그간 생활고에 지쳐 주름살을 펴본 적이 없는 이 아주머니의 얼굴을 활짝 펴 줬다. 함박웃음을 선물한 것이다. 전부라고 해 봐야 49㎡(15평) 남짓한 조립식 주택이지만 입식 주방과 안방 공부방, 거실 등이 반듯하게 마련돼 전에 살던 산기슭 오두막집에 비하면 아주머니 가족들에겐 꿈의 보금자리. 이날 아주머니 손자 손녀들은 생전 처음 생겨난 아담한 공부방을 둘러 보며 뛸듯이 좋아했다. 아주머니도 200여명의 손님들에게 일일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주머니가 주평시장 부녀회 회원들과 함께 마련한 뜨끈한 국밥은 최근 얼어붙은 경제난국과 영하의 날씨를 녹이고도 남음직했다. 마을 주민들이 집 입구에 내건 '러브하우스 건립을 감사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도 로터리회원들을 반기는 듯 바람에 일렁거렸다.
1978년 창립돼 올해로 30년째인 점촌중앙로터리클럽 구문회 회장은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한다는 봉사의 마음 가짐을 더욱 다듬는 계기도 됐고 함께 땀 흘리며 회원들 상호간의 단합도 이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경·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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