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오히려 불안 부추기는 금융위원장 발언

최근 국내 금융시장을 보면 대통령의 뜻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시장이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으니 "도대체 정부는 뭐 하는 것이냐"는 국민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금융위원장까지 '은행 짝짓기' 발언을 서슴없이 토해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으니 정부의 경제 컨트롤 타워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어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예전에 쓰던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은행들이 예금 빠져나가는 것을 간과한 채 펀드 판매에만 열을 올린 것은 잘못이며 새로운 짝짓기를 할 수 있다"고 은행권을 비판했다. 평소 우리나라 은행이 미국보다 훨씬 건전하다던 전 위원장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발언 수위를 이렇게 높인 것은 충격이다.

물론 "은행이 돈을 풀지 않는다"거나 "금리가 내려가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염두에 둔 對(대)금융권 압박용 발언이겠지만 금융위원장으로서는 경솔하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살기 위해 돈줄을 더 죌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말을 바꿨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낫과 망치는 은행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은행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전개하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어느 말이 본심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반응도 차갑다. 금융기관은 아직 위기 관리 차원이 아닌데도 인수합병 얘기가 나오면 은행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게 배어 있는 금융시장이 아닌가. 고위 당국자의 모호한 발언은 오히려 불신을 부추길 뿐이다. 경제 리더십이 없다는 통탄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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