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이야기] 중국의 행복한 고민:미국을 살까 말까

중국이 미국국채의 최대 보유국으로 부상했다고 난리다. 중국언론들이 인용하고 있는 미국재정부의 국제자본유동보고(TIC)와 경제학자(Brad Setser)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 10월 현재 중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국채는 총액이 7천500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외국은행이 보유한 미국국채총액의 35.4%, 미국의 유통 가능한 국채총액의 13.3%에 이르는 규모이다. 이로써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국채보유부문에서 시종일관 부동의 선두자리를 차지했던 일본(5천950억달러)을 제치고 미국국채 최대 보유국이 되었다.

이를 두고 중국 내에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미국국채 매입을 반대하는 측의 논리는 간단하다. 가치가 하락하는 미국국채를 왜 구매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미국국채의 시장가치가 계속 수축되고 있으며, 금융시장이 안정되더라도 당분간 달러화의 가치하락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추가매입은 중국 국익에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 빤하다는 것이다. 구매를 지지하는 측의 논리는 이와 상반된다. 중국의 국익을 위해서 중국이 미국경제안정과 회복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국채를 지속적으로 구매하지 않는다면, 미국정부는 신규발행 국채의 수익률을 대폭 높여 신규발행국채를 매도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분명 중국이 기보유한 국채의 가치가 급격히 수축될 것이라는 논리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미국국채매입을 통해 미국금융시장의 조속한 안정과 회복을 도움으로써 중국이 비축하고 있는 외환의 손실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정부는 금융위기폭발 이후 지금까지 시장보호를 위해 1조8천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투입을 승인했다. 이것은 미상환채무가 10조5천억달러에 이른 미국정부가 재정융자의 가장 중요한 수단인 국채발행을 확대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리고 만약 미국정부가 국채총액을 증액하는 방법으로 구제금융을 조성할 경우, 유동성 있는 국채의 규모를 확대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중국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국채 가운데 단기국채의 비중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금융시장이 혼란할 때 미국국채의 시장가격 등락폭이 매우 컸고, 그 상황에서 미국단기국채의 보유를 늘린 것은 "현금이 왕"이라는 장사의 기본이었다고 설명한다.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와 정치연구소 국제금융센터의 장밍(張明)도 지난 7월 이후 중국이 미국국채보유량을 급격히 늘린 것에 대해 미국의 단기국채가 국제투자자들의 주목을 끌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국채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데는 중국 국익의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목적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하나는 미국경제의 쇠퇴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비록 미국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경제의 중심이고, 세계시장경제체제를 이끌고 있는 리더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아직 세계금융의 중심이 전이될 때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월가의 금융쓰나미가 상당한 정도의 강도를 지녔지만 세계금융중심으로써 미국의 지위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달러화강세의 지속여부에 상관없이 중국이 보유한 대량의 미국국채와 외환비축고를 고려하면 미국을 상대하는 것보다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현재 중국의 고민은 '미국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방치할 것인가'에 있다. 너무나 행복한 고민이다. 곳간을 가득 채운 자의 여유다. 물론 중국 내에서는 미국국채매입에 대해 가난한 국가가 부자나라를 돕는 꼴이라고 불평하는 이도 많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아픈 노예에게 보약을 지어주는 주인의 마음이 솔직한 본심이다. 미국경제가 쇠퇴하면 수출의존도가 60%에 달하는 중국도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 각국정상들의 단체사진 한가운데 자리한 부시 미국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주석의 다정한 포즈가 돋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별로 친할 리 없는 두 정상이 거의 어깨가 닿을 정도로 붙어 있다는 점이고, 그것도 부시대통령이 구애하듯 후진타오주석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참으로 돈이 좋다. 금융규제체제가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를 제쳐 둔 부시 미국 대통령, 오랜 친구를 무시할 만큼 돈이 절박한 것일까? 덤덤한 후진타오 주석, 그는 또 무엇을 생각할까? 헐값에 매입한 알래스카의 선례? 아니면?

이정태 (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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