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지례 흑돼지

돼지를 옛적엔 '돝' '도야지'로 불렀다. 돼지가 가축화된 시기는 동남아시아에서는 약 4천800년 전, 유럽에서는 약 3천500년 전이다. 우리나라에서 돼지를 기르기 시작한 시기는 분명치 않지만 부여시대 돼지를 뜻하는 猪加(저가)라는 관직이 있었고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돼지 등 가축 뼈가 발견된 것으로 봐서는 대략 2천 년 전쯤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에 개량종 돼지가 들어온 것은 1903년이라고 전한다. 세계적으로는 1천여 종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최근 돼지고기 수요가 늘면서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005년 17.4㎏, 2006년 18.1㎏, 2007년 19.7㎏으로 증가 일로에 있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는 2006년보다 17.9% 늘어난 24만8천318t의 돼지고기를 수입했다. 이 중에는 흑돼지인 '버크셔' 수입량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토종돼지는 흑돼지다. 얼마 전 김천에서 맛본 지례 흑돼지는 별미였다. 지례 돼지는 사천돈, 강화돈, 제주돈 등과 함께 재래종 흑돼지로 정평이 나 있다.

김천 지례면 교리와 상부2리 마을은 예로부터 知禮豚(지례돈)으로 불리는 토종 흑돼지 산지다. 현재 10여 농가에서 2천여 마리를 기르고 있다. 지례 흑돼지는 외래종과 달리 순흑색에 온순하고 체구가 작다. 고기는 비계가 적고 불포화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쫄깃하고 담백한 맛으로 이름이 높다. 조선시대에는 궁중에 진상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지례 흑돼지가 최근 사육두수가 주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멸종 상태의 지례 흑돼지를 뜻있는 이들이 온갖 노력 끝에 복원해 놓은 지 불과 30여 년 만이다. 개량종과 달리 성장속도가 늦어 경제성이 떨어지고 판로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농가에서 사육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십억 원을 들여 흑돼지 명품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제주도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상황이다.

김천시도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 생산 지역과 사육두수를 늘리고 우수 혈통의 종돈을 구입하는 등 개량사업과 함께 판로 확보, 품질인증제 도입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지례 흑돼지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해본다.

홍석봉 중부본부장 hsb@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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