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우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삼성 라이온즈의 장원삼 영입 건을 21일 승인하지 않음에 따라 파문이 일단락됐지만 그 상처가 만만치 않다. 이번 트레이드 문제에 묻혔지만 FA 계약과 해외 마무리 훈련 등 구단 간의 다른 합의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식언을 반복, 신뢰가 깨진 데다 재정이 어려운 히어로즈의 미래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삼성과 히어로즈 외에 6개 구단은 14일 이뤄진 장원삼과 박성훈 및 현금 30억원의 맞트레이드를 두고 올해 초 구단 단장들끼리 히어로즈 선수에 대한 현금 트레이드 금지라는 구두 합의를 어겼다고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반발, 논란이 거세졌다. 결국 21일 신 총재는 트레이드 승인 불가 방침을 밝혔고 삼성과 히어로즈는 일단 이 결정을 수용키로 했다.
하지만 히어로즈의 불만은 여전하다. 창단 당시 KBO와 합의한 내용은 최대한 많은 직원과 선수를 고용하겠다는 것 뿐, 트레이드에 관련한 내용은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 특히 히어로즈의 주장에 따르면 6개 구단이 구단 간 신뢰를 트레이드 반대의 근거로 삼았지만 한화 이글스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이 현금 트레이드를 제안해왔기 때문이다.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의 말은 별도의 사실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각 구단이 서로간 합의를 준수하지 않은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프로야구단 운영 경비 절감 차원에서 올해 마무리 훈련은 국내에서 하기로 했지만 교육리그 등을 이유로 해외에서 훈련한 구단들이 나오고 있는 형편. 시즌 중 메리트 지급 금지 합의도 제대로 지켜졌다고 보기 어렵다.
야구 규약대로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하기로 한 합의도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특히 LG 트윈스가 SK 와이번스에서 FA를 선언한 이진영을 계약금 없이 연봉 3억6천만원에 영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다년 계약이 금지돼 있음에도 SK와 4년간 30억원 내외의 협상을 진행한 이진영이 헐값(?)에 LG행을 택했다니 당연히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
KBO의 구단 간 이해관계 조정 능력이 도마에 올랐지만 구단들의 입맛대로 정한 규약이나 합의를 스스로 어기기 일쑤인 구단들의 행태도 문제다. 구단 간 합의를 문서화하자, FA 관련 규약을 현실화하자, '선수 장사'를 방지할 수 있도록 아예 현금 트레이드 상한액을 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그 때문이다.
한편 이번 일로 새로운 메인 스폰서를 아직 찾지 못한 히어로즈의 생존에는 물음표가 달리게 됐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히어로즈는 가입금 120억원 중 현재 36억원만 납입한 상태. 12월 24억원, 내년에는 60억원을 더 KBO에 내야 하지만 에이스와 현금 30억원을 맞바꿀 정도라면 이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히어로즈는 삼성으로부터 받은 30억원도 바로 돌려 주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를 이미 썼다고 하는데 그나마 삼성이 천천히 줘도 된다고 한 것이 다행이지만 그만큼 형편이 어렵다는 증거다. 어떤 식으로 합의를 피해가든 히어로즈가 선수를 팔아 자금을 마련하려 나설 지 모른다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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