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연가·4 / 이진흥

전화 걸지 마세요

우주의 이 켠에선 지금

모든 풀잎들이 숨죽이고

당신 생각하는

내 몸은 온통 수화기예요

당신이 보내는 신호는

단칼에 나를 베어버리죠

수천의 별빛 너머

아득한 이곳

풀잎 스치는 바람에도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요

따지고 보면 모르는 것투성이다. 지천명이 넘도록 책을 읽었는데도 제대로 아는 것 하나 없다. 낮은 왜 밝고 밤은 왜 어두운가. 돌멩이는 왜 입이 없고 물은 왜 아래로만 흐르는 걸까. 아래로만 흐르는 물이 어떻게 수십 미터 나무 우듬지까지 치솟을 수 있을까. 뿌리 아래 전기모터라도 달려 있다는 걸까. 모를 일이다. 풀잎들은 왜 모두 몸을 흔드는 것일까. 시인의 말에 따르면, 전화를 받는 거라고. '수천의 별빛 너머' 우주 저 편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수신하는 것이라고. 바람이 곧 '당신이 보내는 신호'인 셈이다. 그래서 흔들리는 풀잎의 몸짓이 그렇게나 간절했던가. 제 존재의 무명(無明)을 밝히고자 흔들리고 흔들리는 유한한 목숨의 촛불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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