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록금 상승률 물가의 2,3배…상아탑은 대출탑

▲ 극심한 취업난과 불황속에 대학 등록금 인하운동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내 한 대학 캠퍼스에 등록금 인하 공약을 내건 총학생회 선거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극심한 취업난과 불황속에 대학 등록금 인하운동이 일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내 한 대학 캠퍼스에 등록금 인하 공약을 내건 총학생회 선거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두 자녀를 모두 서울로 유학 보낸 김모(52)씨. '공부 잘하는 자식 둬 부럽다'는 속 모르는 칭찬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한해 교육비는 무려 3천500만원으로, 빚내서 공부시켜야 할 처지다. 김씨는 "의대 다니는 큰아들과 미대에 다니는 딸의 학비가 한학기에만 1천100만원"이라며 "한해 1천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이 우리나라 형편에 가당하기나 하냐"고 한숨만 내쉬었다.

IMF 이후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대학들은 불황을 모른다. 지난 10년 동안 대학 등록금은 2배 이상 치솟았고 한학기 학비가 무려 250만원이나 오른 대학도 있다.

◆서민사정 아랑곳없는 등록금

대학들이 밝힌 등록금 인상률은 매년 5~7% 수준. 2005년에서 2007년 사이 물가상승률이 2.2~2.8%였던 것과 비교하면 2, 3배에 달한다. IMF위기 등 경제가 특히 어려웠던 시기에는 동결이 되기도 했지만, 그 이듬해에는 여지없이 10%에 가까운 인상률을 기록했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대구경북은 특히 심각하다. 대구경북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전국에서 학자금 대출이 가장 많은 대학은 계명대로 785억5천900만원(2만1천663건)이었다. 영남대와 대구대는 각각 674억원(1만8천794건), 626억원(1만7천357건)으로 3, 5위를 차지했다. 대학별 등록금 연체액은 계명대가 13억5천700만원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고, 대구대는 12억1천700만원으로 네 번째였다.

국립 경북대도 지난 10년간 등록금을 2배 넘게 올렸다. 대학 측 자료에 따르면 경북대 공학계열의 1998년 등록금은 119만원이었지만, 올해 241만원까지 올랐다. 계명대 공학계열의 경우에는 1999년 173만원에서 2008년 426만원으로 올라 무려 253만원이 치솟았다.

주요 사립대학들이 21일 경제사정을 감안해 내년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상폭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학생·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은 이미 한계 수준이다. 지난 22일 오후 지역 한 사립대학 도서관에서 만난 박모(24)씨는 "고시 공부를 하느라 매월 50만~60만원씩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며 "이제 복학을 하려고 보니 400만원에 육박하는 목돈을 갑자기 마련하기 힘들어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경북대 취업정보실에서 만난 김모(21·여)씨는 "학비가 사립대 절반이긴 하지만 이번 겨울방학에 아르바이트로 학비 200만원을 모으려면 적어도 일자리 2개 이상은 구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대학강의 질은 제자리 걸음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 내가며 다닌 학교가 겨우 '간판용'으로 전락한다는 데 좌절하고 있다. '○○대학 졸'이라는 이력서 한줄을 위해 2~4년간 수천만원을 내고 있지만, 취업 사교육을 위해 또 수백만원의 돈을 쏟아붓고 있다.

정모(24·영남대 3년)씨는 요즘 선물거래사와 간접투자사 등의 금융관련 자격증 공부와 토익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정씨는 "취업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학점만 되면 아예 학교 공부는 손을 놓고 산다"며 "대신 토익학원과 각종 자격증 취득에 매달 수십만원씩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가 학생들 취업에 큰 관심을 기울이거나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강의 수준이 학비에 못 미친다는 학생들의 불만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변함없이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진행되는 강의와 시험문제가 과연 제값을 하느냐는 것. 강모(23)씨는 "심지어 5년 전 학과 선배로부터 물려받은 노트에 적힌 필기내용과 요즘 강의의 순서·내용이 100% 같다"고 혀를 찼다.

대학마다 학기말 실시하는 '강의평가'도 담당교수 외에는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수업의 질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전모(25·여)씨는 "학교 성적 홈페이지에 개인별 로그인을 한 후 강의평가 점수를 매기도록 돼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보통'이라는 점수를 주게 마련"이라며 "이런 식의 형식적인 강의평가는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다.

이런 결과는 참여연대가 지난해 12월 전국 대학생 1천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응답자 가운데 34.4%가 '교육의 질에 비해 등록금이 매우 높다'고 말했으며, 35.6%는 '비교적 높다'고 답해 등록금에 대한 높은 불만을 드러냈다.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시민활동부장은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민생문제"라며 "올해는 경제위기와 맞물려 등록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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