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황에 고용 외면하는 공기업이라면

공기업 신규 채용 인원이 지난해에 비해 67% 줄었다. 경영 효율화를 요구했더니 신규 채용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올해 30개 공공기관이 신규 채용한 인력은 946명으로 지난해 2천839명에 비해 딱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400명을 뽑은 한국수력원자력, 100명 이상의 인력을 뽑았던 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농촌공사, 토지공사 등은 올해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아예 신규고용을 외면한 공기업이 30곳 중 19곳에 이른다.

정부나 국민이 줄기차게 공기업의 경영 효율화를 요구하는 뜻은 신규 채용을 중단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는 공기업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공기업의 신규 채용 중단이 경영 합리화를 외면하고 기존 직원들의 철밥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정부의 개혁의지에 어긋나고 청년실업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황을 맞아 민간기업들은 불황을 이기는 힘이 사람에게 있다며 아낌없이 뽑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의지에도 협조하고 경제난 극복을 위한 고통 분담에도 동참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7천500명을 포함해 총 2만5천 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현대'기아 자동차그룹은 연초 채용계획보다 200명을 늘린 4천50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LG그룹, SK그룹, STX그룹 등도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대폭 늘렸거나 늘릴 계획이다.

방만 경영과 각종 비리로 질타를 받고 있는 공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여 쇄신 요구에 대응하는 것은 사리에 어긋난다. 국가의 막대한 보조를 받으면서도 막상 국가가 필요로 할 때 이를 외면하면 올바른 공기업일 수 없다. 공기업은 민간기업에게서 효율화에 관한 경영 수업부터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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