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과교실제 아시나요" 국내유일 서울 공항中 가보니

▲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개인 사물함에서 교재를 챙기고 있다.
▲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개인 사물함에서 교재를 챙기고 있다.
▲ 학생들이 교과별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 학생들이 교과별 교실로 들어가고 있다.
▲ 학생들이 교과별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 학생들이 교과별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있는 공항중학교.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복도로 쏟아져 나온다. 학생들이 몰리는 곳은 사물함이 쭉 늘어선 중앙복도. 학생들은 각자 개인사물함에서 다음 시간에 공부할 교재를 꺼내느라 시끌벅적하다. 학생들은 교재를 챙긴 뒤 삼삼오오 수업할 교실을 향해 움직인다. 교실 문 앞엔 담당교사와 과목, 교실 호수 등이 붙여져 있다. 쉬는 시간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교사는 교실에서 학생들을 맞는다. 미국의 하이틴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선 중·고교가 아닌 대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수업체계가 정착된 학교가 있다. 공항중학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면적인 교과교실제(1교사 1교실제)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공항중의 탈바꿈

공항중학교는 한때 학생들이 배정받기를 꺼리는 '기피 학교'였다. 낡은 학교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짓는 공사로 학습 환경이 열악해진 데다 일부 학부모들은 더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자녀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는 일도 적잖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180° 달라졌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도 배정받고 싶어하는 '선호 학교'로 바뀌었다. 그런 변화에는 '1교사 1교실제'가 큰 몫을 차지했다. 김경중 교사는 "당시 교사들이 '어떻게 하면 학교를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교과교실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며 "개축공사도 교과교실제를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1교사 1교실제를 2004년 말 개축공사가 끝나자마자 부분적으로 시행하다가 2006년부터 전면 운영하고 있다.

공항중학교가 다른 학교와 차이점은 교실이 많다는 것. 모두 52곳이나 된다. 교사들마다 1개 교실을 갖고 있는 셈이다. 또 각 층마다 중앙 복도에 학생들의 사물함이 놓인 공간이 있다. '홈베이스'라 불리는 이곳엔 학생 개인별로 3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개인 사물함이 배치돼 있다. 홈베이스 주위엔 탈의실과 함께 곳곳에 휴식공간도 마련돼 있다. 다른 학교와 달리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이 이동하기 때문에 수업 중간에 쉴 공간이 필요해서다.

◆효과는 어떨까

1교사 1교실제에 따른 장점들은 많다. 우선 교과 특성에 따라 원탁이나 2인1조 등으로 교실 배치가 이뤄져 교과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다. 교사 성향에 따라 교과 관련 책들을 교실에 배치해 학생들이 보게 하거나 학생의 결과물을 전시하면서 동기부여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는 것. 김 교사는 "협동작업이나 게임을 통한 수업은 물론, 각 단계별 문제지를 배치해 평소 학생들이 수준에 맞게 풀어보고 교사가 채점해 상을 주는 등의 수업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사가 각 교실에 상주하기 때문에 수업자료를 축적할 수 있어 수업시간 전에 미리 준비가 끝난다는 것. 보통 수업을 하기 전에 학습자료나 도구를 챙기고 컴퓨터를 켜는 등 잡일이 많아 실제 수업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그러다보면 수업분위기를 망칠 때도 있는데 그런 문제들이 해소된다는 것이다. 홍성자 교사는 "다른 학교에선 멀티미디어 기기들이 학생들의 장난으로 고장이 나는 경우가 많아 수업에 적잖게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여기선 선생님들이 관리를 하기 때문에 그런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수업 분위기도 차분하다. 2학년 박경은양은 "선생님이 교실에 늘 계시다 보니 수업 전에 학생들이 모두 교실에 들어간다"며 "분위기가 어수선하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전반적인 수업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생활 지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집단 따돌림이나 학생 간 다툼 등의 문제가 크게 줄었다는 것. 한 교실에 학생들이 계속 머무는 '학급교실제'에선 쉬는 시간의 교실은 학생생활 관리의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 교사가 있는데다 학생들은 이동하느라 바빠 그런 문제가 상당부분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

'교과교실제'는 아직 국내에선 생소하다. 전국적으로 부분적으로 시행하는 학교가 더러 있지만 '흉내만 내는' 수준이다. 공항중학교처럼 1교사 1교실제를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계에선 공교육을 살리고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위해 교과교실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더욱이 학생 수가 줄어 놀리는 교실이 늘어나면서 교과교실제가 하나의 대안으로 여겨지지만 많은 수의 교실 확보나 재정 지원 등의 어려움으로 현실화가 더디다.

특히 대구경북에선 교과교실제 운영이 초라하기만 하다. 교육청 차원에서 교과교실제 시행과 관련된 뚜렷한 계획도 없는 실정이다. 대구의 경우 영어와 수학 등에 한해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교실을 찾아가는 '수준별 이동수업'이 고작. 경북 또한 포항 두호고나 영천고처럼 일부 과목에 부분적으로 '교과교실제'를 시행하는 학교가 더러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교과교실제와는 거리가 멀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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