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야 놀자] 신용의 두 얼굴

오늘날 사회를 흔히 '신용사회'라고 한다. 신용사회는 많은 경제활동이 신용으로 이루어지고, 신용이 재산이 되는 사회를 말한다. 즉, 현금이 없어도 신용만으로 물건을 사고 또 돈을 빌릴 수 있는 사회이며, 신용을 이용해 일상적인 상거래를 하고 국가간 또는 기업간, 그리고 개인간의 거래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이다. 신용사회에 있어 신용은 곧 재산이다. 따라서 신용관리는 현대사회에서 어떤 것 못지 않게 중요하며, 그 목적은 신용을 확보하고 유지해 자신의 신용가치를 최상급으로 확보함으로써 부자가 되기 위한 것이다.

신용은 장래의 어느 시점에 갚을 것을 약속하고 상품이나 서비스 혹은 돈을 사고 빌릴 수 있는 능력이나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신용이 좋다' 혹은 '신용이 나쁘다'라고 평가한다. 이것은 지불능력이나 지불할 의사에 대한 사회적 믿음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내려갔다' 또는 '올라갔다'라는 기사를 신문이나 방송에서 가끔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국제적으로 우리나라의 지불능력이나 지불의사에 대한 믿음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반면 오늘 사용하는 신용이 내일엔 빚이 될 수도 있다. 신용은 미래의 소득을 담보로 사용하는 빚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능력을 현재의 화폐나 상품, 서비스로 교환해 사용함에 따라 현재 시점에서 보면 자산(상품·화폐 등)이 증가된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의 시점에서 보면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사용한 신용이 내일은 빚이 된 사례를 살펴보자. 2003년 많은 사람들이 신용카드 대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사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당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 신용회복위원회에 자신의 신용을 회복하기 위해 신용회복 신청을 했다. 그 가운데엔 대학생이 신용카드 빚과 사채 등 과다한 채무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한 대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친구들이 예쁜 옷과 좋은 가방, 좋은 화장품을 쓰고 있어 너무 부러웠다. 부모님이 보내 준 돈으로는 그런 것들을 살 수 없어 신용카드 하나를 발급 받아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걸로 12개월 할부로 사용하다 보니 매월 변제할 금액이 별로 남지 않았다. 조금씩 씀씀이가 늘어나 카드 2개가 더 필요했고, 그런 카드들의 변제액을 돌려막으려고 카드 4개가 더 필요했다"고 답했다.

결국 그 대학생은 변제할 빚만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갚을 수 없었다. 그러다 빚 해결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신문과 전봇대에 붙어 있는 돈을 빌려주거나 신용카드 빚을 대신 갚아 준다는 광고를 봤다. 그것이 사채인지, 또 사채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매월 이자가 10%라고 하니 별로 비싼 이자가 아닌 것 같아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려 카드 빚을 갚았다. 그리고 매월 이자 10%는 다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막고 그것으로 부족해 사채업자에게 카드깡을 해 또 막았다. 결과적으로 신용불량자라는 낙오자가 돼 버린 것이다.

이처럼 오늘 사용한 신용은 결국 자신이 변제를 해야 된다. 청소년시절엔 신용카드 사용이 먼 훗날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좋은 신용 사용 습관을 얻기 위해서는 카드 사용은 필수적이다.

정상만(대구은행 황금PB센터 PB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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