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구시장 선거가 1년 6개월이나 남았지만 정치권에선 벌써 대구시장 선거가 시작된 분위기다.
한나라당 내 일부 의원들이 김범일 대구시장을 두고 최근 잇따라 공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정치권은 자못 심각(?)한 듯하다. 김범일 대구시장의 수도권투자 허용에 대한 반발, 대구 경제 살리기를 위한 대구시당 차원의 모임결성을 두고 김 시장(대구시)과 정치권이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지역 관(官)가는 물론 경제계, 정치권에서 김 시장의 차기 공천 여부나, 또 누가 시장 선거에 나설지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가장 최근의 일로 한나라당 대구시당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 살리기 모임'에 대해 정치권과 대구시는 한바탕 충돌했다. 대구시당은 피폐한 대구경제를 살리기 위한 '충정과 순수성'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대구시가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모임의 구성원과 운영 방식 등에 대해 일절 논의도 없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 협조할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협조하지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최근 열린 비수도권 광역단체장 모임에서 김 시장은 정부의 수도권투자 전면허용에 대해 "박정희 정권 이래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일관된 국가정책 방향이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제스처성 의미도 있었고 어려운 대구시의 형편상 김 시장이 하지 못할 발언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 모임을 주선한 여당 원내대표는 "뭐 그런 시장이 다 있어. 다음 공천 때 두고 보자"며 강한 경고음(?)을 냈다.
급기야 여당 한 중진은 사석에서 특정 의원에게 대구시장 출마를 제안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장은 누가 뭐래도 대구시민이 뽑은 250만의 수장(首長)이다. 의원들이, 정치권이 대구시장 공천에 큰 영향을 끼치겠지만 최종 선택은 대구시민의 몫이다.
의원들이 마음대로 대구시장 공천을 주는가? 여당과 지역 정치권의 생각이 이렇다면 그야말로 대구시민에 대한 모독이자 한나라당 당원에 대한 결례다.
물론 김 시장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층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김 시장을 마구 흔들어 댄다고 대구시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하루아침에 기업과 돈이 몰려오는가? 대안 없는 비판은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대구의 경제와 시의 면모를 일신시킬 수 있다면 자신 있게 나서서 김 시장의 리더십과 정책이 무엇이 문제인지, 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혹여 대구시장 자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당하게 출마하겠노라고 선언하고 책임 있게 비판하는 것이 대구시민에 대한 예의이자, 진정한 대구사랑으로 비칠 것이다.
이춘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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