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 행정사무감사 형식에 그쳐

경북도의회(의장 이상천)의 행정사무감사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도의회가 지난 21일 경북도와 산하기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끝냈지만 10일간 행정사무감사 기간 동안 특별한 쟁점을 만들지 못한 채 그동안 언론과 감사 등을 통해 거론됐던 내용이나 매년 지적되는 단골 지적사항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도의회는 행정사무감사 전 경북도와 산하기관에 대해 1천99건의 감사자료를 요구하며 그동안 구태로 지적돼왔던 '형식적이고 행정적인 감사는 하지 않겠다'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전체 55명의 도의원 중 초선의원이 36명이나 돼 달라진 행정사무감사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행정사무감사는 기대와는 달리 실망에 가까웠다. 지난해에 이어 어김없이 도립의료원과 경북도립대학, 근로자복지회관, 각종 위원회 등에 대한 부실운영 실태 등이 단골 메뉴로 지적됐다. 매년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이에 대한 개선이 없이 지적만 계속 되풀이된 셈.

또 경북도민의 민생과 복지 관련 감사내용은 대부분 언론, 감사원이나 자체감사를 통해 이미 지적된 사항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같은 도의원들의 형식적인 질문에 집행부 역시 '서면으로 답변하겠다' '적극 검토하겠다'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도의원들은 도의회 차원의 행정사무감사의 경우 개선조치가 미비해도 별다른 대응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해명이다. 한 도의원은 "법적구속력을 갖는 감사원이나 자체감사와는 달리 전년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됐다 하더라도 뚜렷한 제재방법이 없어 다음해 감사에서 또다시 지적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도의원들의 행정사무감사에 대한 열의 부족 탓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일부 도의원들이 이번 행정사무감사기간에도 국회의원 행사에 참석하는가 하면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자리를 비운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또 8대 경북도의회가 꾸려진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경북도의회의 위원회 및 의원발의 조례안은 36건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개정 및 수정안을 뺀 순수 발의건수는 11건에 불과하다.

경북도의회 한 전문위원은 "지금까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많은 의혹이나 비위사실이 지적됐지만 검찰이나 경찰에 고발된 건수는 한 건도 없었다"며 "행정사무감사가 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하고 의혹이나 비위사실 적발시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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