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와 물건 훔쳐가는 것만 도둑이 아닙니다. 이게 바로 도둑이 아니고 뭡니까."
사상 최대인 4조원대 규모의 다단계 사기 사건과 관련, 본지의 첫 보도(11월 7일자 6면) 이후 신문사에는 매일 여러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노인들이었다.
77세의 한 할머니는 24일 "10년간 피땀 흘려 번 돈이 고스란히 들어갔다. 양로원이라도 갈 때 자식들한테 부담주지 않으려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며 펑펑 울었다. 노인들은 대개 "아직 식구들은 잘 모른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도와달라"고 하소연했다.
이번 다단계 사기사건의 피해자 중에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유독 많았다. 피해자들이 빈 사무실에서 하염없이 농성을 하기도 하지만 온라인으로 대거 모여들고 있다. 수만명의 피해자들이 전국에 걸쳐 산재해 있는데다 한 장소에 모여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힘들기 때문.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BMC, 엘틴, 티투, 리브, 씨엔, 첼린, 리드앤 피해자 가족모임(http://cafe.naver.com/nobmc)'이 그것으로, 장모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한 남성이 사이트를 만들었다. 인터넷을 이용할 줄 모르는 노인들이 아들, 딸, 사위들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젊은층이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7일 문을 연 후 20일 만에 3천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한 이 온라인 카페는 피해자들의 대처법과 모임, 그리고 법적 절차 등에 대한 대응을 두고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피해 사례를 수합해 공동 법적 대응방안도 논의 중이었다. '살해 협박마저 받고 있어 신변 공개를 꺼린다'는 이곳 운영자(아이디 '건곤일척')는 "피해를 입은 분들이 이제는 주변인들에게도 말하고 솔직하게 털고 나와야할 때"라며 "핵심임원들이 잡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진실규명이 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이트에는 일부 피해자들이 또 다른 '금융피라미드'를 만들고 있다며 경계할 것을 공지하고 있었다. 일부 지역의 비상대책위 경우 인감, 위임장을 받아 대리해주는 경우도 있어 노인들이 또 다른 사기 피해를 당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이곳 운영자는 "인터넷을 할 줄 몰라서 그렇지 노인 피해자만 1만명 이상이 될 것"이라며 "수합된 피해자들에게 우편을 보내 일일이 피해 내역을 수합해 사건 전모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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