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쾅, 쿵쾅.' 좁고 어둡지만 아늑함이 느껴지는 핑크빛 스펀지 방. 어머니의 태중에 들어온 듯 심장 소리가 들리고 편안함마저 느껴진다. 한 관람객은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기분이 정말 이랬을 것 같다"며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였다. 이 방의 이름은 '자궁방'. 24일 대구시청소년수련원 3층에 문을 연 '대구 청소년 성 문화센터' 체험장의 첫 코스다.
성 교육은 그동안 드러내놓기가 어려운 주제였다. 흉흉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학교, 가정, 사회가 모두 필요성을 절감했지만 전문 인력과 시설 등이 부족해 칠판 강의나 비디오물로 때우는 정도였다.
24일 개소식을 한 대구 청소년 성 문화센터는 이런 성교육 현장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름도 '섹슈얼리티 체험관'이다. 박선하 대구시청소년수련원 과장은 "유치원생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형태의 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성 문화센터의 체험관은 좁은 공간을 코너별로 잘 분할한 점이 눈길을 끈다. 자궁방을 통과한 관람객들은 남녀 성기 부위를 적나라하게 찍은 사진 패널을 만나게 된다. 관람객들이 얼굴을 붉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고생이나 50대 어른이나 생각 밖으로 덤덤했다. 송나영(18·효성여고)양은 "이렇게 밝은 곳에 드러내 놓으니까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임신과 출산' 코너에서는 월령에 따라 임신부가 느끼는 무게감을 체험할 수 있는 헝겊 띠가 있다.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용 15kg짜리 띠를 매 보니 허리가 휘청거렸다. 한 쪽에는 젖먹이 인형이 요람에 누워 있다. 우유 먹이기 체험을 하는 곳이다.
'사춘기 꽃이 피다'라는 코너는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초경·몽정·자위를 먼저 떠올리는 사춘기는 불안한 시기가 아니라 선물이자 축복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컴컴하게 꾸민 '소리의 복도', '성매매·성폭력' 코너에는 어두운 성의 세계를 고발하는 영상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대구전자공고에서 보건과목을 맡고 있는 전영민(29·여) 교사는 "아이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성이 사실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바른 성 가치관을 갖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선하 과장은 "안내 직원의 도움을 받으면서 2시간 가량 체험이 가능하다"며 "이르면 다음달부터 각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단체 관람 접수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의 053)653-7755.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동영상 장성혁 인턴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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