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t the old ways, Apply new technology, Regulate your expenses, Manage for profit'.
미국 미주리주 컬럼비아에 있는 농업컨설팅 및 농자재판매회사 'MFA'의 홍보팸플릿은 'FARM'(농장·농업경영)의 뜻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었다. 우리말로 옮긴다면 '관행 탈피, 신기술 도입, 비용 절감, 이익 창출 경영'이 되겠지만 정밀농업의 개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1994년부터 정밀농업 컨설팅을 시작한 이 회사의 지난해 컨설팅서비스 매출은 300만달러(본사 기준)로 전체 계약면적은 25만에이커(30만6천여평)에 이른다. 농업인들이 요청을 해오면 농장의 구획별 토양 검정, 변량 시비를 위한 위치대응형 지도 등을 작성해준다.
MFA의 폴 트레이시 박사는 "컨설팅 관련 매출액이 2004년 25만달러에서 2005년 60만달러, 2006년 140만달러 등 해마다 2배 이상씩 늘고 있다"며 "토양조사 비용은 에이커(약 4천47㎡)당 연간 2.5달러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정밀농업이 폭넓게 보급되고 있는 배경 중 하나는 대규모 농장경영에 있어서 각각의 재배지역 상태를 농장주가 기억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농장 전체에 똑같은 특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균일하게 관리해서는 위치별 생육상태의 차이 등에 따라 목표수량을 달성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비료·농약 등 농자재와 각종 정보를 판매하는 컨설팅회사들이 등장하게 됐다. MFA도 그런 회사의 하나이다.
농업서비스 회사는 작업이력과 재배이력 등의 포장(圃場)정보, 기상정보, 병해충정보, 품종정보, 비료와 농약 등 자재정보 등을 농업인에게 제공한다. 아울러 수량모니터의 교정 등 수량조사 지원, 토양조사, 생육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포장지도를 작성한 뒤 데이터베이스화된 자료와 비교·진단해 작업지도를 작성한다. 농업인은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비료의 적정 살포량 등을 결정해 변량작업을 수행하며 이러한 모든 포장정보는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된다.
실제로 미주리주의 한 농장에서 작성된 토양검정(Soil Test)지도를 보자. 62에이커 규모의 이 농장 25개 지점에서 샘플을 채취, 토지를 분석한 결과 칼슘·마그네슘·질소·토양유기물 등 14가지 요소의 위치별 양이 조사돼 어느 곳에 어느 정도의 어떤 비료가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또 다른 토양유형(Soil Type)지도에서는 경사도, 부식도 등 포장별 물리적 특성이 상세히 표시된다.
미주리주 분 카운티(Boone County)의 켄트 섀넌(Shannon) 농업지도사는 "토양검정의 경우 매년 실시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3~5년을 주기로 조사를 실시하는 농가가 많다"며 "MFA뿐 아니라 그로우마크(Growmark) 등 비슷한 서비스회사들이 잇따라 등장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토양의 성분을 조사하는 토양검정은 국내에서도 유기농 인증 등을 위해 이뤄지고 있다. 특히 토양유형 조사는 우리가 앞서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관리과 홍석영 박사는 "국내에서는 1960년대부터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토양유형 조사가 이뤄져서 1990년대 후반에는 1대 5천 축척의 정밀지도가 완성됐다"며 "우리나라도 정밀농업의 기반은 갖춰져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자연에 대한 인간통제의 역사'라고 불리는 농업의 역사는 길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어진 땅을 완벽하게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여전히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대구경북연구원 유병규 박사는 "땅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땅 자체를 개량하여 생산성을 끌어올리거나 아니면 농기계 등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농업의 역사는 전자에서 후자로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디지털혁명은 장비 발달을 통해 집중관리의 수준을 높여 생산성 향상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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