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불어 사는 세상] 대명동 모임

"누구나 찾아와 마음의 평화 찾을 수 있도록"

▲ 지난 8월
▲ 지난 8월 '문화공간 KMG'에서는 '스페인의 정열' 공연이 열려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2003년 가을 어느 날. 내과전문의인 강민구(50) 원장은 새로 문을 여는 병원의 부지를 물색하기 위해 대구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하루에 환자가 100여명이나 몰려드는 영천의 '잘되는' 병원을 다른 의사에게 물려주고, 대구에서 병원을 새로 열기 위해서였다.

"예전에는 사람의 병이라는 것이 책에 있는 대로 약만 쓰면 낫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듦에 따라 그런 생각이 얼마나 교만한 것인지, 제가 가진 의학적 지식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반성해보는 시간이 점차 많아졌습니다. 편안한 마음가짐,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각들이 우리를 정말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요소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영천에서 대구로 병원을 옮기던 그 무렵을 회상하며, 강 원장이 털어놓은 얘기다.

병원 자리를 찾아다니다 대구 남구 대명동 한 카페에 들른 강 원장은 2층에서 바깥을 내다보던 중 마음에 쏙 드는 자리를 발견했다. 노란 은행 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는 왕복 2차로에 접한 대명동 주택가, 지금의 KMG내과의원 자리였다. 한적한 주택가여서 병원이 들어서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주변 의견이 많았지만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세요"라는 부인의 격려에 힘입어 병원을 열었다.

"누구든지 힘들 때면 찾아와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아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우리 사회를 따스하게 밝히는 작은 불씨라도 될 수 있으면 하는 것이 병원을 열 때의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KMG내과의원이 문을 열게 됐고, 강 원장의 바람대로 누구나 쉽게 음악과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인 '문화공간 KMG'가 태어나게 됐다. KMG는 강 원장 이름의 이니셜에서 따왔다.

문화공간 KMG를 무대로 결성된 모임이 바로 대명동모임이다. 2004년 1월 강 원장의 지인들이 중심이 돼 15명으로 출발한 대명동모임은 지금은 회원이 38명으로 몸집이 커졌다. 20대부터 60대까지 회원들의 연령대가 다양한데 4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남녀 비율은 절반 정도씩. 회원들은 성악가, 화가, 조각가, 사진작가, 디자이너 등 예술인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의사, 철학자, 언론인 등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대명동모임은 매월 둘째 주 화요일마다 모임을 갖고 있다. 오후 7시부터 병원 환자대기실에서 시작하는 모임은 참석한 회원들이 김밥 한 줄로 저녁식사를 해결한 후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들이 모인 만큼 회원들 가운데 강사로 나서는 경우가 많고, 가끔은 외부에서 강사를 모셔오기도 한다. 강의의 주제는 그야말로 천차만별. '건축과 미술' '영화와 철학' '값싸게 피로를 쉽게 이기는 방법' '나의 작품세계'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 '예술가인가 기능인인가?' '재미있는 중국술 이야기' '조선의 화가들' 등 다양하다.

강 원장은 "한 시간가량 강의를 듣고, 모임 참석자들과 강사가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며 "편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 우리 모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얘기했다. 3년 전부터 대명동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계명대 이호영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서 같이 동화 내지 동조되기보다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이 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며 "'다름의 미학'을 실감할 수 있다는데 대명동모임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강의 후 이어지는 토론을 겸한 뒤풀이 행사는 회원들이 1만원씩 내는 돈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기자가 직접 참석한 대명동모임의 11월 강의 주제는 '생명과 건강'이었다. 건강관리 이야기려니 지레짐작했던 것과는 달리 강사로 나선 영남대 정승필 가정의학과 교수는 생명의 본질 등에 강의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인간의 몸은 80조에서 100조개에 이르는 세포로 구성되어 있지요. 인체에 나타나는 대부분 증상이나 질병은 세포대사의 이상이나 에너지 흐름에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합니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갔는데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면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인체 내에서 미트콘드리아와 여기에서 일어나는 주파수(프리퀀시)가 지닌 의미를 강조한 정 교수는 "육체와 정신의 건강과 더불어 영혼의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마음과 몸, 에너지와 물질, 에너지 대사 등이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돼 생명의 본질을 이루고 있지요. 이제 생명의 본질에 천착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지요. 특히 난치성 질환 경우 통합의학적 접근이 이뤄져야 합니다."

정 교수는 "인체는 물론 우주 전체의 에너지를 통괄하고 조화로운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며 "에너지의 조화, 음과 양의 상생이 몸과 마음은 물론 영혼의 건강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을 맺었다. 강의 후 대명동모임 회원들과 정 교수는 대구시내 막걸리집에서 생명의 본질 등을 두고 밤늦게까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대명동모임 회원

홍종흠 전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

김진혁 한국화가

변상일 변상일패션 대표

강민구 KMG내과의원 원장

이인철 성악가

김아미 공연기획가

이병배 대구음악협회 회장

이호영 계명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송호진 사진작가

김지아 쥬얼리 디자이너

이손선 원예치료학 박사

배경주 디자인매니지먼트 전공(계명대 출강)

이용민 판건축디자인 대표이사

이병재 어번디자인연구소 소장

구본신 프라자안과 원장

윤지은 윤토탈코디네이션 대표

이원숙 고토갤러리 큐레이터, 조각가

박소현 공연기획가, 대경대학 출강

서희주 철학박사

김소연 한국화가

권기철 한국화가

김효선 조각가

박경숙 첼리스트

이진국 대구가톨릭대 중문과

서상화 대구북구문화예술회관 공연기획담당

하지현 플루티스트

이정희 대구예총 기획담당

신지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문성화 계명대 교양학부 교수, 철학박사

이강화 철학박사

윤종주 서양화가

김형국 성악가

유소영 성악가

정유지 섬유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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