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과학이 나를 부른다

강신주 외 29인 지음/사이언스북스 펴냄

그 많던 삐삐는 다 어디로 갔을까? 1997년 한국에서만 1천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던 삐삐는 완전히 사라졌는가?

하긴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선 요즘, 삐삐가 무슨 소용이랴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재승(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 공학과) 교수는 신문기사를 인용해 아직도 12만명 정도가 삐삐를 쓰고 있으며 매달 1천명 정도는 삐삐를 새로 찾는다고 한다.

이처럼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에도 30년 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기술은 뭘까. 타자기, 팩스, 라디오, 자전거, 빨랫줄…. 바로 우리 삶을 더욱 인간적이고 풍요하게 하는 기술들이다. 과학의 시대에도 낭만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지닌 30명의 지식인이 과학을 소재로 쓴 에세이를 모았다. 과학이 소재이긴 하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든다. 하지만 한결같은 주제는 '우리에게 과학은 무엇인가?'다.

소설가에서 과학교사, 전문연구자 등 다양한 위치의 지식인들이 때론 과학에 대해 불평하기도 하고 때론 과학하기의 어려움과 기쁨을 토해내기도 한다. 그러면서 과학자와 인문학자가 펼치는 통섭(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하는 통합 학문이론)에 주목한다. 소통과 대화, 논쟁을 위한 첫걸음을 뗀 셈이다. 281쪽, 1만5천원.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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