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신 ①②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이세욱 옮김/열린책들 펴냄

'개미' '나무' '천사들의 제국' '타나토노트'로 알려진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신작 소설 '신'을 출간했다. 모두 3부작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신(神)이 되기를 희망하는 천사 144명이 각자의 능력으로 인류문명을 창조하는 게임을 펼친다는 이야기다.

소설은 144명의 신 지망생들이 우주 어딘가에 있는 신들의 섬 아이덴에 모여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곳 신의 학교에서 144명의 후보들은 각자의 세계를 만들고 발전시키며 다른 후보생들과 경쟁한다.

후보생들 중에는 인간 세계에서 유명인사였던 플로베르, 모네, 마타하리, 프루동, 에펠 같은 쟁쟁한 인물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아테나, 헤파이스토스, 포세이돈, 아레스, 헤르메스 등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열두 신의 강의를 들으며 신이 되기 위해 경쟁한다.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인류사에 대한 의문에서 이 소설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인류사를 '학살과 배신을 바탕으로 전개'된 역사로 본다. 역사적 기록이 윤색과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승리한 문명이 반드시 우월한 것은 아니며 망각의 늪으로 사라진 문명이라고 해서 반드시 낙후된 문명이 아니다. 승자 편에 선 역사가들은 패자들의 멸망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패자의 과거를 윤색했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역사는 '거짓 역사'일지도 모른다. 베르베르의 이 소설은 '어딘가에 지구의 역사를 처음부터 지켜본 증인들이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144명의 신 후보생들에게는 144명 단위의 부족이 주어진다. 각 후보생들의 능력에 따라 어떤 부족은 번성하고 어떤 부족은 멸망한다. 문명창조 시뮬레이션 게임이 끝날 때마다 점수가 부여되고, 탈락한 후보들은 섬에서 사라진다.

전작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에도 등장했던 미카엘 팽송이 이번에는 신 후보생으로 활약한다. 그는 돌고래를 씨족의 토템으로 삼는다. 다른 후보생들은 저마다 쥐, 독수리, 개미, 거북, 말벌을 토템으로 삼아 자신의 부족을 발전시킨다. 그 중 매우 호전적으로 발전한 프루동의 쥐족 때문에 여러 부족이 멸족하거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미카엘의 돌고래족과 에드몽의 개미족 역시 쥐족의 공격으로 소수만 살아남아 배를 타고 피란 간다.

한국 독자의 관심을 끄는 인물도 있다. 미카엘 팽송이 돌봤던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은비라는 한국인으로 환생한다. 은비는 전생에서 높은 선업 점수를 얻어 천사가 될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 인간으로 환생하는 길을 택했다.

미카엘은 은비의 가족사를 알고 더욱 마음을 쓰게 된다. 일본에 사는 은비는 '조센징'으로 놀림받는다. 은비는 엄마로부터 자신의 외할머니가 일제 강점기에 전장으로 끌려 간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권 358쪽-

이 부분은 이 소설의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옳지 못한 자가 바른 길을 걸어온 자를 핍박하고 탄압했다. 그리고 역사가들은 승리자 편에서 승자와 패자를 윤색했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보상을 받기는커녕 날조된 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소설 속 은비 이야기는 '승자'와 '패자'에 대한 역사의 왜곡된 기록과 이를 지켜보는 진정한 증인 신의 시각을 빗댄 셈이다.

미카엘 팽송은 이렇게 말한다.

-2권 358쪽-

프랑스의 인기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 언제부터인가 한국인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비중은 점점 커졌다. 특히 이번 소설에서는 주인공 미카엘 팽송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한국인 은비이다. 한 개인에 대한 관심을 넘어 이제 작가의 관심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에 대한 이야기도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반가운 일이다. 프랑스 작가의 작품에서 '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표현이 나올 줄 누가 예상했을까. 이 작품은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읽힐 것이고,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런 이야기들은 한국인 독자의 마음에 쏙 든다.

-2권 347쪽-

소설 '신'은 모두 3부작으로 기획됐으며 이번에 출간된 것은 1부 2권이다. 나머지는 2009년 출간예정이다. 1권 280쪽/2권 268쪽, 각권 9천800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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