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그린 레이스(Green Race) 중이다. 지도자들은 입만 떼면 '그린'이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녹색성장을 話頭(화두)로 먼저 던졌다. 유엔환경계획(UNEP)도 최근 영국 런던에서 '친환경 뉴딜(Green New Deal) 정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뉴딜정책으로 대공황을 타개했듯이 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昨今(작금)의 세계 경제 위기를 타파하자는 제안이다.
자세가 크게 바뀐 나라는 미국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최대인 미국은 지난 10년간 기후변화 및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이었다. 온실가스 저감은 미국 생산 활동의 위축으로 직결된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그런 미국이 더 이상 미루다가는 미래의 황금인 녹색산업 경쟁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종전과는 다른 셈법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한 아폴로 프로젝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향후 10년간 1천500억 달러를 투입해 일자리 50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요지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지난 6월 그린혁명을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에코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앙겔라 마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해 3월 독일의 상징인 아우토반에 속도 제한 조치를 취했다. 과속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린다는 것으로 그야말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상징적 조치다. 지난 6월 이른바 후쿠다 비전을 발표한 일본은 저탄소 사회 구축을 목표로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줄이겠다고 발표했고, 조만간 그 수치를 80%로 늘려 잡을 움직임이라 한다.
한국도 그린 레이스 출발은 늦었지만 결코 꼴찌는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부터 계속 녹색성장을 얘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내에서 뿐 아니라 외국 순방에서도 同語反覆(동어반복)하고 있다. 때문에 환경부 지식경제부 산림청 등 각 부처는 경쟁적으로 녹색성장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업들도 내남없이 녹색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국회에 상정된 내년 예산안도 뜯어보면 그린 뉴딜 예산이 많다.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하천 정비 사업 관련 예산이 그것이다.
주목되는 예산은 영산강 뱃길 복원비 260억원이다. 뱃길 복원이 친환경 사업이냐 아니냐는 논란은 그 지역에서도 활발하다. 하지만 유지수가 적어 갈수기면 강이 하수구처럼 변하는 영산강을 준설해 배가 다닐 수 있도록 한다면, 습지 등 기존 생태계의 파괴를 최소화하는 뱃길 복원이라면 친환경 사업이라고 주장해도 딱 부러지게 아니다라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게다.
문제는 낙동강이다. 낙동강 지류인 회천를 끼고 있는 마을이 고향인 필자는 퇴적된 畜糞(축분) 등으로 풀 무성한 강 바닥을 보면서 저 강을 그대로 두는 것이 과연 환경 보호일까 하는 의문을 늘 갖는다. 산너머 있는 낙동강이라고 지류보다 크게 좋진 않다. 갈수기면 오염이 심해지고 풀이 군데군데 무성하다.
그런데도 낙동강 준설 얘기는 주장으로 들릴 뿐 반향이 없다.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떨어지면서 국정 반대 세력이 경부대운하를 걸고 넘어지자 눈치만 살피고 있는 탓이다.
낙동강 준설이 환경 친화적이라면 영남권 그린 뉴딜 정책으로 이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없다. 토목 건설이 미치는 경제 파급 효과가 즉각적이기 때문에 더더욱 매력적이다.
낙동강 1300리 1천200만 주민을 책임지고 있는 영남권 5개 시도지사는 그런 생각에서 낙동강 준설을 촉구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默默不答(묵묵부답)이다. 촛불시위에 소스라친 정부인지라 내심 그 요구에 귀기울이지만 자칫 경부대운하 논란으로 번질까 걱정부터 먼저 하는 분위기다.
官(관)이 그렇다면 民(민)이 나서야 한다. 물이 철철 넘치는 낙동강에서 수영도 하고, 조개도 잡고, 뱃놀이라도 할라치면 학계 시민단체 언론계가 나서 곰곰 따져봐야 한다. 영산강 뱃길복원은 낭만적이고 환경친화적인데 낙동강 준설만 유독 환경파괴적 이지는 않을 게다. 낙동강 유역 주민 1000만 서명운동이라도 제안하고 싶다.
최재왕 서울정치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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