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대표 두 중진 박근혜-이상득 '역할' 나서라

[위기의 대구경북 정치권] (하)지역경제 회생 협력 부재

지역경제가 어렵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이긴 하겠지만 더 구조적인 원인은 지역정치권이 대구경북의 미래를 여는 선도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높다.

지역 정치권이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이상득 의원의 화합과 자세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은 여권뿐만 아니라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중진이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금 시점에서는 조용히 있는 것이 이 대통령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기조를 지키고 있고 6선의 이 의원도 지역정치권을 아우르는 '좌장' 역할보다는 막후에서 예산을 따내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자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대선과 총선 이후 두 사람이 따로 만나 지역의 발전이나 경제회생을 위해 힘을 합치겠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립성향의 한 지역의원은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30% 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지역에서도 35% 선에 그치는 것은 이 대통령이나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와 화합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 의원의 적극적인 역할이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나서지 못하는 지금은 이 의원이 MB(이 대통령)와 박 전 대표와의 관계회복을 추진할 수 있는 적격자라는 것이다. 그는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김무성 의원은 만나면서 박 전 대표를 만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지역의원은 "이 의원이 내년도 예산안을 확보하는 과정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산 몇푼 더 따내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지역을 아우르는 좌장 역할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자세 변화가 필요한 만큼 박 전 대표의 자세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여권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5일 "박 전 대표가 정권이 어려울 때는 정부를 도와주는 게 맞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권을) 비판만 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의 자세변화를 완곡하게 촉구했다. 이와 관련, 주호영 의원은 "여권핵심부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 진전된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알지만 지금과 같이 국가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다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친이 성향의 강석호 의원은 "MB정권이 성공하지 못하면 박 전 대표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대구경북도 그런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느냐"며 박 전 대표의 자세변화를 요구했다. 주호영 의원도 "가만히 있는 소극적 자세로 있으면서 역할을 다했다고 할 시기는 지났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구경북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대형 프로젝트는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 999만㎡(302만평)규모의 대구국가산업단지가 확정되고 영남권 신공항도 내년 말까지는 최종 후보지가 선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5+2 광역경제권' 추진과 지역선도산업에도 대구경북의 요구대로 그린에너지와 글로벌 의료비즈니스 구축사업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젝트의 윤곽은 여전히 어슴푸레한 상태다. 속도도 늦어지고 있다.

그 원인이 친이와 친박으로 갈라진 지역 정치권의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이상득 의원은 경북지역의 내년도 예산안 확보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대구경북 정치권의 좌장격이라고 하는 그가 대구지역의 예산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지역 정치권에서는 대구는 '박근혜', 경북은 '이상득'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대구와 경북의 협력과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소통부재는 궁극적으로 대구경북의 최대 현안인 지역경제살리기와 직결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도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 지역의 중론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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