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욱' '끼욱'. 백사장이나 갯바위에 앉았다 한꺼번에 날아오르며 먹구름처럼 바다를 덮는 수천 마리의 갈매기 무리가 있는 곳, 구룡포는 '갈매기의 바다'다. 앙칼진 갈매기 소리와 거센 겨울바람에 밀려와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수평선을 넘어오며 지친 항해의 나래를 접는 고깃배들, 어디서나 마주치는 과메기와 오징어 덕장 행렬…. 이런 풍광 덕분에 구룡포는 겨울이 더 아름답다는 말을 듣는다.
구룡포에 갈매기가 많은 것은 풍부한 먹을거리 때문이다. 동해안 최대 어장인 구룡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해역과 일본 오키군도 어장에 고기잡이를 나간 어선들이 다 들어오는 곳에 앉아 있다. 꽁치와 오징어, 대게는 풍어를 이뤄 국내 최대 집산지임을 자랑하며 겨울 구룡포의 풍광을 주도한다. 부둣가를 따라 즐비한 횟집에서는 대게 찌는 소리와 냄새가 진동하고, 꽁치말림인 과메기와 오징어는 덕장에서 해풍을 맞으며 잘 여물고 있다.
구룡포의 겨울철 명물은 '구룡포 과메기'이다. 멀리 시베리아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면 파도소리 요란한 바닷가 덕장에서는 과메기를 손질하는 어부의 손길이 바빠진다. 야들야들 숙성된 과메기를 마늘, 쪽파 등과 함께 김이나 생미역에 얹어 초장을 찍어서 돌돌 말아먹으면 구룡포의 겨울은 어느덧 훈훈한 계절이 된다. 구룡포 과메기는 구룡포 지역의 차고, 건조한 바닷바람으로 대표되는 특유한 기후 덕분에 비린내가 나지 않고 쫄깃하며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구룡포는 겨울에 북서풍이 세게 부는 지형이다. 구룡포 북서쪽에는 포항 앞바다인 영일만이 있고 장기곶을 이루는 완만한 능선이 있다. 백두대간을 넘어온 겨울철 북서풍은 영일만을 거치면서 습기를 머금고, 다시 한번 구룡반도 산줄기를 넘어오면서 습기를 넘겨주어 바람은 건조해지고 차가워진다. 이 바닷바람이 꽁치를 얼리고 녹이는 것을 반복하면서 과메기 비린내를 아예 없애주고 진득한 맛을 넣어 준다.
지난해 2만4천t의 어획고를 올려 울릉도보다 2배나 많은 어획량을 기록한 '구룡포 오징어'도 특산물이다. 동해 청정해역에서 어획한 오징어를 차고 건조한 바닷바람으로 일정수준(70%)까지 건조시킨 피데기는 육질이 연하고 감칠맛이 뛰어나다. 오징어는 머리를 좋게하는 DHA, 성인병을 예방하는 HDL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노화방지에 탁월한 식품이다.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며 구룡포를 뒤덮은 덕장에서 익어 가는 과메기와 건조되는 오징어를 감상하는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상품이고 즐거움이다.
'구룡포 대게'도 전국 제1의 어획량을 자랑한다. 구룡포항 소속 어선들이 일본 오키군도 등지에서 잡은 대게는 구룡포 어판장에서 오전 내내 경매가 이뤄지고, 신선하고 속이 꽉 찬 대게를 선점하려는 상인들의 발길로 어판장은 북새통을 이룬다. 그러나 전국 대게 어획량의 92%를 차지하는 경북에서 구룡포 대게는 어획량을 57% 점유하고 있으나 인근 지역의 브랜드에 밀려 제값을 받지 못한다는 게 구룡포 어민들의 불만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구룡포 대게 전체 어획량 중 15%만 포항에서 유통되고 나머지 85%는 인근 지역으로 팔려나가 다른 지역 브랜드로 둔갑돼 유통되고 있다는 것.
특산품인 과메기와 오징어, 대게를 널리 홍보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구룡포 특산품 축제는 다음달 6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구룡포읍 일대에서 열린다. 시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지는 한마당 축제를 통해 지역 특산품의 이미지를 제고시키기 위해 구룡포의 기관·단체들이 총망라된 축제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과메기 껍질 빨리 벗기기와 빨리 엮기, 손가락 하나로 과메기 많이 들어올리기, 과메기 요리 체험, 오징어 껍질 빨리 벗기기와 빨리 썰기, 오징어 퀴즈왕 선발대회, 미니 대게잡기 등의 특산품 경연대회가 열리고 특산품 깜짝 경매도 예정돼 있다. 풍물놀이와 무용단 공연, 가수 축하공연, 힙합과 벨리 댄스 공연 등 풍성한 볼거리도 마련된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가는 길
대구에서 경부고속도로 경주IC로 나와 7번 국도를 타거나 대구~포항고속도로를 타고 포항 시내로 들어와 형산강변을 끼고 포스코를 지나 31번 국도를 타고 20여분쯤 달리면 구룡포와 감포로 갈라지는 병포삼거리가 나온다. 병포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구룡포 읍내와 포구를 만날 수 있다.
-주변 관광코스
구룡포의 해안도로 뒤쪽 골목길에 400여m 줄지어 선 일본식 적산가옥 30동을 구경하는 것도 볼거리. 1930년대 일본의 옛 거리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에는 일본문화 체험장이 조성된다. 포항시는 이곳을 관광코스로 개발, 일본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구룡포에서 대보쪽으로 20여분 가면 '상생의 손' '청포도비' '연오랑세오녀상' '등대 박물관' '풍력발전기' 등이 들어선 호미곶 해맞이광장을 접할 수 있다. 상생의 손은 2000년 새천년을 맞아 모든 국민이 서로를 도우며 살자는 뜻에서 만든 기념비적인 조형물이다. 또 해상공연장, 해변산책로, 해상요트 계류시설 등으로 조성돼 포항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는 포항 장기면 양포항은 구룡포에서 감포 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15분을 가면 만난다.
♠ 최용성 구룡포 특산품 축제추진위원장
포항시의원인 최용성 구룡포 특산품 축제추진위원장은 "지역의 명물인 과메기와 대게, 오징어 출하 시기에 맞춰 대대적인 홍보를 하기 위해 매년 12월 말 해맞이와 연계해 개최하던 축제를 12월 6일로 앞당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축제 때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현재 포항시의회 보사산업위원장으로 의정활동을 하며 구룡포 특산품 홍보와 판로 개척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번 축제는 단순히 즐기는 잔치 행사보다 높은 상품성을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리고 고유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민들의 소득증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축제 분위기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구룡포의 각 기관·단체 인사들이 오는 29일과 30일 대구~포항 고속도로 포항IC에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축제 전단지를 돌리며 홍보활동에 나선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전국 최대 생산지이고 상품성도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구룡포 과메기와 대게, 오징어의 특산품 이미지를 높이고 선진 유통망을 확보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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