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백갤러리 'La Constance(초지일관)'전

"대구에 남아 새 바람 일으킨다"

전시장 안은 작품이 뿜어내는 열기로 뜨겁다. 작업 내용도 신선하고 재미있다. 50대 중반의 작가는 액자도 없이 그림을 포스터 전시처럼 20점 넘게 다닥다닥 붙여 놓았고, 40대 초반의 서양화가는 100호가 넘는 자신의 작품 앞에서 '이번 작품은 느낌을 중시했다'고 그림을 설명한다.

이들 전시회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작가들의 선언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추구하는 '지역주의'다. 이름이 조금 알려지면 서울로 활동무대를 옮기는 것이 화단의 공식처럼 된 현실에서 지역을 지키겠다는 다소 황당하기조차 한 '고집'을 부리고 있는 작가들이 뭉쳤기 때문이다. 전시회 제목조차 초지일관 지역을 지키겠다는 의미에서 'La Constance(초지일관)'다.

참여작가는 대구의 권기철(45) 정태경(55) 차규선(40) 김기수(36)와 부산의 오순환(43) 방정아(40)다. 이들은 지역에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항상 서울에로의 유혹이 있는 작가들이다. 이런 그들이기에 대구에 끝까지 남아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한 것은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물어봤다.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똑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서울이나 대구나 큰 틀에서 보면 다 지역이다. 물론 서울로 가면 기회가 많지만 대구에서 작업만 열심히 하면 필요한 이들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서울과의 시간적 거리감이 좁혀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젠 서울로 옮긴다는 것은 촌스럽다"고 했다.

올해 초 서울로 작업실을 옮길 것을 제안받은 김기수는 "청도 폐교에서 작업실을 넓게 쓰다가 서울로 옮기면 아무래도 그만한 공간의 작업실을 얻기가 쉽지 않다. 작업실 규모에 맞추다 보면 작품의 스케일이나 범위가 위축된다. 고민 끝에 서울로 가지 않았다"고 했다.

문화와 예술이 가지는 상징성과 상품성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적 가치로 확대된다. 때로는 문화적 관광상품으로까지 이어져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가 된다. 통영에 가면 전혁림미술관이 있고 유치환문학관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대구를 살리는 것도 지역에서 유명 문화예술인들이 얼마나 있느냐, 그들이 얼마나 활동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한결같이 ▷먼저 예술가들이 지역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지역예술인들을 배려하는 전시들도 심도 있게 기획되어야 하며 ▷지역의 작가와 작품의 가치를 높이려는 시 차원의 관심도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작가의 열정과 노력은 기본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화가 권기철은 사물의 형상이 가지는 시각적 요소보다 색과 선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운동감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조형미를 전달해 주고 있고, 서양화가 김기수는 스테인리스에 반사되는 미러효과를 통해 감상자의 모습이 화면 속에 공존하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서양화가 정태경은 즉흥성과 우연성을 연출해 속도감 넘치는 작품을 선보이고, 서양화가 차규선은 분청의 질감 속에 표현되어지는 자연의 모습에서 깊이감과 독창성을 느끼게 한다. 부산에서 활동 중인 오순환은 가족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담아냈고 방정아 역시 삶의 애환이 묻어나는 작품을 보여준다.

이 전시회는 12월 1일까지 대백갤러리에서 열린다.

김순재 기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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