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아기 울음소리, 가장 듣기좋은 음악"

"새생명 맞는 사람" 사명감으로 일해…신생아 병동 간호사들

▲ 산부인과 병동의 간호사 스테이션. 이곳 간호사들은
▲ 산부인과 병동의 간호사 스테이션. 이곳 간호사들은 "신생아 울음소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음악"이라고 했다.

"간호사 선생님, 510호가 어디죠?"

510호에 배달된 꽃바구니가 이미 10개가 넘는 데도 배달원은 두 개의 바구니를 더 들고 있었다. '첫 아기인가 보다'고 추측하면서 배달원을 따라가 병실을 들여다봤다. 여러 색의 풍선과 축전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틀림없는 첫 아기였다. 오랜 진통 끝에 예쁜 아기를 얻은 엄마는 남편손을 꼭 잡고 웃었다. 산부인과 분만실 주변은 아기들의 울음소리와 어른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멋진 하모니를 연출하는 곳이다.

25일 자정 무렵, 포항 북구에 있는 한 산부인과 전문병원 4층 병동 간호사 스테이션. 4시간째 진통중이던 산모가 분만을 했다는 연락이 오자 대기 중이던 간호사들의 동작이 빨라졌다. 한 사람은 산모에게로 달려가고 다른 한 사람은 병실을 재차 점검했다. 산모가 병실에 도착하자 혈압을 재고, 주사를 놓고, 환자 상태를 확인하느라 한동안 말붙이기가 어려웠다. 김윤정 수간호사는 "오랜 진통 끝에 출산한 산모들은 기진맥진한 상태이기에 최단시간에 병실로 모셔와 편하게 쉬게 하면서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게 첫 번째 임무"라고 했다.

이곳만 보면 '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 대한민국'이라는 최근 보도의 신뢰에 의문이 들 정도다. 병실은 출산을 했거나 대기 중인 임산부들로 빈 방이 없고 승강기 안에 부착된 신생아 알림표도 갓 태어난 아기들의 이름들로 메워져 있었다. 다만 많아야 둘, 한 명만 낳겠다는 부부들이 많아 요즘 신생아들은 모두가 '귀한 아기'인 탓에 특실이나 1인실은 항상 대기순번을 받아 기다려야 할 정도라는 사실이 예전에는 없던 현상이라고 병원관계자가 귀뜸했다.

모두가 잠든 오전 2시. 적막감마저 감도는 복도에 2년차 '막내'인 최수은(23) 간호사가 회진도구를 들고 복도를 돌고 있었다. 그는 "요즘은 세수를 하거나 복도에 서서 스트레칭만 해도 잠이 달아나지만 초보간호사 시절에는 오전 3, 4시 잠이 쏟아질 때면 '내가 환자가 돼서 저 침대에 눕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또 5년차 김경태(28)간호사는 "특실이나 1인실의 경우 산모의 남편이 속옷 차림으로 자다가 회진 중인 간호사와 마주치면 서로 당황해하며 어쩔줄 몰라하는 일도 많다"고 일상의 헤프닝도 들려줬다.

이 병동 12명의 간호사들은 "3교대 근무에다 진통 등으로 민감해진 환자들을 주로 상대하다 보니 퇴근 무렵이면 녹초가 되지만 태어나는 아기들과 첫 번째 만나는 사람이 바로 우리 산부인과 간호사들이라는 사실에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철식 시민기자 ccs15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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